관광예절 지켰다면 벽화를 지웠을까요

관광예절 지켰다면 벽화를 지웠을까요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6-05-13 22:40
수정 2016-05-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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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마을 명물 계단 훼손 5명 입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의 명소인 ‘해바라기 계단’과 ‘잉어 계단’이 누군가의 페인트 덧칠로 사라져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범인들을 잡고 보니 다름 아닌 동네 주민들이었습니다. 경찰은 13일 주민 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돼 벌금형이 내려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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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 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13일 마을의 명물이었으나 회색 페인트에 덮여버린 ‘해바라기 계단’에 앉아 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 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13일 마을의 명물이었으나 회색 페인트에 덮여버린 ‘해바라기 계단’에 앉아 쉬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 때문에 일상 생활이 너무 힘들어져서 그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집 앞에다 낙서를 해대고, 대문을 발로 차고, 집안을 들여다보니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됐습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화병이 날 지경이었어요.” 입건된 5명 중 한 명으로 사건을 주도한 이화동주민협의회장 박종덕(56)씨의 말입니다. 박씨의 집은 해바라기 계단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는 종로구청에 민원을 여러 차례 넣었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서 이웃 주민 2명과 함께 지난달 15일 해바라기 그림에 회색 페인트를 덧칠했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해바라기 계단 주변의 거주자가 모인 협의회의 39가구가 모두 동의한 사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잉어 계단을 없앤 것은 권모(45)씨 등 2명입니다. 해바라기 그림이 사라진 데 ‘용기백배’해서 지난달 24일 회색 페인트통을 들고 잉어 그림들을 없앴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단에서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은 이들의 행동을 크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박모(60)씨는 “해바라기 계단을 보려고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실망하고 돌아가고 있는데, 이건 나라 망신이고 동네의 수치”라고 했습니다. 50년 넘게 거주한 박모(74·여)씨도 “동네가 좀 시끄러워지긴 했지만, 밝고 활기차게 변했고 집값도 많이 올랐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벽화의 복원입니다. 계단에 해바라기와 잉어 그림을 다시 그리려면 426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용에 앞서 주민 간 갈등의 해결이 우선이라는 게 관할 종로구청의 입장입니다. 사실 이런 갈등은 전국 곳곳의 벽화마을, 둘레길 마을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그림을 훼손한 주민도 심했지만, 지역문화를 이해하고 관광예절을 지키려는 관광객의 노력도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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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5-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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