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마을버스가 싫다는 신축아파트

노점상·마을버스가 싫다는 신축아파트

입력 2016-03-16 23:10
수정 2016-03-1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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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노점상 30여곳 없애달라” 아현역 인근 아파트 주민 민원

단지 지난다고 버스 운행도 반대

서울역선 노숙자 쉼터 논란 지속

고급아파트-인근주민 갈등 심화

“여기서 노점을 연 지 20년이 넘었어요. 고가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섰다고 하루아침에 나가라는 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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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아파트들이 입주하면서 퇴출 위기를 맞은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 인근 노점상 거리가 16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이 노점상들은 오는 6월까지 자진 퇴거해야 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인근에 아파트들이 입주하면서 퇴출 위기를 맞은 서울지하철 2호선 아현역 인근 노점상 거리가 16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이 노점상들은 오는 6월까지 자진 퇴거해야 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6일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후문의 굴레방로를 따라 늘어선 노점상에서 만난 이모(69·여)씨는 “여기에서 냉면, 팥죽, 녹두죽 팔아서 애들 다 키웠는데, 이제 어딜 가라는 말이냐”고 한숨지었다. 이씨는 “매년 구청에 40만~50만원씩 점유 사용료를 내며 생계를 꾸리는 동안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며 “그런데 새로 들어온 아파트 주민들이 싫어한다고 갑자기 우리더러 가게를 비우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7년째 붕어빵을 만들어 팔고 있는 임모(59·여)씨는 “아직 애들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다른 곳에 가게를 낼 돈도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채소, 생선, 잡곡, 잡화, 분식 등을 파는 노점 30여곳이 일렬로 붙어 있다. 그 아래쪽에는 포장마차도 있다. 1960년대 하천 복개 공사로 생긴 이 도로의 한쪽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한 곳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바로 앞 아파트의 주민 입주가 끝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불법 노점을 없애라고 마포구청에 민원을 넣고 시위를 시작했다. 결국 구청은 지난 1월 노점상들에게 오는 6월까지 자진 퇴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이 아파트 주민 30여명은 “아이들과 노인이 위험하다, 마을버스 결사반대”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구청이 2009년부터 이 아파트의 재개발 기간 동안 통행을 중단했던 마을버스를 다시 운행하려 하자 주민들이 반대에 나선 것이다.

아파트 주민 장모(42·여)씨는 “아파트 가운데 뚫려 있는 도로는 인근 아현시장 점포에 물건을 납품하는 화물차, 학원 차, 자가용 등으로 너무 붐빈다”며 “특히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출근 시간대와 겹치기 때문에 마을버스까지 운행하면 아이들의 교통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에 살던 주민들은 자택에서 지하철 2호선 아현역까지 가기 위해 마을버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들어선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과 인근에 사는 원주민들 간의 갈등은 최근 들어 심화되는 추세다. 아파트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지는 요인이 되거나 미관상 좋지 않은 시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철거나 이전을 요구한다. 하지만 생계가 걸린 노점 등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이라며 반발한다.

서울역 인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서울역 앞에 고가 아파트가 연이어 생기면서 노숙자 시설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서울시 노숙자 급식소 ‘따스한 채움터’에는 배식받기 위해 노숙자들이 줄을 선 모습이 보기 싫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2014년 말 급식소에 노숙자 대기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예 시설을 이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서울역 13, 14번 출구 사이의 관목과 나무 때문에 노숙자들이 소변 등을 본다며 나무를 심지 말아 달라는 민원도 있고, 노숙자들이 자기 눈에 띄지 않게 해 달라는 민원도 있다”며 “그저 노숙자에게 주의를 주고 잘 관리하겠다고 응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새 입주민들은 원주민들이 가꿔 온 공동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양자의 갈등을 자발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갈등 요소를 협의, 조정할 수 있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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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6-03-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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