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리 주범 입주자대표회장…관리비 쌈짓돈 처럼 물쓰듯

아파트 비리 주범 입주자대표회장…관리비 쌈짓돈 처럼 물쓰듯

입력 2016-03-15 08:17
수정 2016-03-1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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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대표 “입주자대표회장 견제할 수단 없는게 가장 큰 문제”주민의 관심과 외부감사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책 검토해야

‘난방 열사’ 김부선씨의 폭로를 계기로 아파트 관리비 비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아파트 관리비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권력과 이익’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린다.

아파트 입주자대표는 많게는 1년에 수십억원의 관리비를 집행한다. 정부도 예산을 집행할 때 의회의 예산안 의결을 받으며 감시를 받지만, 아파트 관리비 집행은 견제수단이 사실상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는 감시와 단속이 덜한 틈을 타 비교적 쉽게 아파트 관리비를 집행하고 이 과정에서 비리가 싹튼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일부 아파트 입주자대표들은 관리비를 횡령하거나 계약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아파트관리 비리의 대부분은 관리비 운영과 예산·회계를 담당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간부들에게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아파트 단지 5개 중 1개는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 행위자의 76.7%는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주택 관리 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관리비 횡령,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금품 수수 등 비리를 적발해 153명을 입건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대표회장이 외부도색 공사 사업자 선정 때 낙찰 명목으로 1천500만원을 수수했다가 구속됐다.

경북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약 2년간 아파트 공금통장에서 총 44회 약 6천100만원을 임의로 출금해 개인용도로 횡령했다.

이처럼 회장을 맡으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입주자 대표회장 직은 선출 때부터 정치권에서도 보기 어려운 선거 공정성 시비가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강남의 대표적 부자 아파트인 모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대표회장 선거가 내부 갈등으로 파행이 빚어졌다.

입주자대표가 관리하는 돈이 약 80억에 달하는 이 아파트에서는 후보들끼리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개표조차 하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 비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수의계약 한도인 200만원을 초과함에도 수의계약을 남발하는 행태로부터 나오기 쉽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는 1억 7천700만원 가량의 수의 계약을 맺고, 계약 금액이 1천200만원인 하수관 교체공사 때 배관 단가를 과다 계상해 186만 7천원을 과다 지출했다.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는 알뜰시장, 재활용품 매각수입 등 잡수익을 거주자를 위한 관리비 경감에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장기수선충당금(향후의 아파트 수리를 위한 적립금)으로 전입하기도 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불투명하게 운용할 가능성이 커 비리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2013년부터 아파트 관리 비리 문제를 공론화한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송주열 대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한 견제가 전혀 없는 것이 문제”라며 “비리를 밝히려면 주민들이 뜻을 모아야 하는 데 관리소장이 방해하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들은 아파트 공사 관련 업체를 선정할 때 억지스러운 기준을 내세워 제 뜻대로 업체를 선정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비 사용에 민원이 들어온 아파트 단지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주민의 관심이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 관리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기가 사는 아파트의 난방비, 경비비, 승강기 유지비 등 관리비 내역을 살펴보고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라고 조언한다.

또 지난해 시행된 주택법에 따라 외부감사 감사대상은 300세대 이상 아파트 9천여곳이 해당되지만 아직도 감사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외부감사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책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관리비 거품을 빼고 주민간 갈등을 줄이기위해 아파트 입주자대표, 입주민, 관리사무소장이 참여하는 ‘2016년도 아파트관리 주민학교’를 개설·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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