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의료기구 소독제로 훈제연어 만든 업자 실형

조리·의료기구 소독제로 훈제연어 만든 업자 실형

입력 2016-01-03 10:41
수정 2016-01-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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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유사물질’이 신장·방광결석 유발…법원 “소독 자체가 위험”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살균·소독제로 훈제 연어를 만들어 대량 판매한 식품 제조업자에게 법원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나상훈 판사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의 식품 제조·가공업체 A사 최모(52)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최씨는 작년 8∼11월 식품첨가물 지정이 취소된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소독제로 99차례 연어를 소독하고서 훈제 연어 4만6천259㎏(약 8억원 상당)를 제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가 사용한 연어 소독제의 성분 절반가량은 의료기구나 조리기구, 식기류 소독 등에 쓰도록 규정된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이었다. A사는 3.25g짜리 소독제 한 알을 물 200ℓ에 녹인 뒤 연어를 담가 소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에서는 멜라민의 유사 물질인 ‘시아뉼산’(시아누르산)이 생성될 수 있다. 멜라민은 많이 먹어 혈중농도가 높아지거나 어떤 물질과 결합하면 결정화되는 성질이 있다. 시아뉼산과 멜라민을 함께 섭취하면 멜라민의 독성이 상승해 신장이나 방광 결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2009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의 식품첨가물 지정을 취소하고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만 쓰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A사가 만든 훈제 연어는 식자재 유통 대기업에 납품돼 대형 식당과 단체급식소 등에 공급됐다. 연어 제품의 절반이 넘는 2만5천㎏은 회수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이미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소독제를 쓴 이후 여러 차례 세척 과정을 거쳐서 소독제 성분이 남았을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식품첨가물 지정이 취소된 소독제로 국민이 직접 섭취하는 식품을 소독했다는 것 자체가 위험성이 크다”며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에 소독제를 사용한 사실을 숨긴 채 훈제 연어를 납품한 점 등에 비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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