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외국인 학생 ‘왕따’ 당해요”

“지금도 외국인 학생 ‘왕따’ 당해요”

오세진 기자
입력 2015-12-17 23:06
수정 2015-12-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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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외국민 주민대표자회의’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집 밖에서는 일본말을 한마디도 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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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다키 유카리(53·여)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 생활을 시작한 1988년 당시만 해도 일본인을 향한 한국인의 시선은 아주 싸늘했다. 길을 걸을 때 “일본 사람이 여기가 어디라고…”라는 식의 말을 한두번 들은 게 아니었다. 다키는 “남편도 주변을 의식해 가급적 집에서만 일본말을 쓰라고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일본말로 대화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봉사단체 ‘결혼이민자네트워크’에서 9년째 활동하며 다문화 가족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다키는 이번에 서울시의 외국인 정책에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를 얻었다. 서울시가 외국인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구성한 ‘외국민 주민대표자회의’에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올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3% 수준인 174만명에 이른다. 서울시민 22명 중 1명이 외국인 주민일 정도로 숫자가 많지만 그동안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외국민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대표자 회의에는 미국, 중국, 유럽 등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 주민 38명이 참여한다. 의장을 맡게 된 다키는 “그동안 다문화 가정을 위한 행사는 당사자들만 모여 한국 문화를 배우는 식으로 진행됐지만 앞으로 한국 가정과 다문화 가정이 동시에 참여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해 10년 넘게 살고 있는 사업가 아부바커 시디크(39·방글라데시)도 참여한다. 그는 현재 관광여행사와 ‘할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와 각각 6살, 4살 된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내년 큰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디크는 걱정이 하나 생겼다. “지금도 일반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외국 학생들을 따돌린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왕따’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민 가는 방글라데시인들도 있어요.” 시디크는 “외국 학생들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회의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위스인 마리 타라키(26·여)는 학원에서 초·중등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타라키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서울시의 외국인 관련 정책 모니터링 활동을 할 만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스위스에서는 밤늦게까지 사람들이 일하는 일이 드물어요. 노동법으로 하루 2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할 정도로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장시간 일하면서도 임금이 낮은 일자리가 많은 것 같아요.” 타라키는 “단순노무, 생산직에서 주로 일하는 외국인 주민들의 일자리를 늘려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들의 활동이 외국인 주민을 떠나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시디크는 “이슬람 국가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한국 관광 명소를 더 많이 소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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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5-12-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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