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판치는 사회] “여자들이 내 밥그릇 깬다”… 찌질男의 비겁한 넋두리

[여성 혐오 판치는 사회] “여자들이 내 밥그릇 깬다”… 찌질男의 비겁한 넋두리

이성원 기자
입력 2015-07-16 23:40
수정 2015-07-1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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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개인 아닌 구조적 문제 - 전문가들이 본 여성 혐오의 배경·원인

온라인 내 최초의 ‘젠더 갈등’으로 정의된 1999년 ‘군 가산점 폐지 논란’ 이후 여성 혐오 현상은 사실 모호해진 상태다. 여성 혐오 표현으로 꼽히는 ‘김치녀’와 ‘보슬아치’ ‘아몰랑’ 등은 혐오를 넘어 조롱과 멸시, 차별을 내포하며 여성 혐오 현상으로 뭉뚱그려져 수렴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수 유희열씨가 지난 4월 콘서트장에서 여성 관객들에게 “공연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다리를 벌려라”고 한 발언도 성적 희롱보다는 혐오 현상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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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의 공동 저자 윤보라씨는 “여성 혐오 현상에 주목하며 그 해결법을 찾고 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찾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긴급한 정서”라고 설명한다.

사회학자와 법여성학자 등 전문가들은 16일 우리 사회 내에 확대재생산되는 혐오 현상과 관련해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 봐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특히 여성 혐오의 경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변화의 과도기적 국면에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우선 여성 혐오를 주도하는 남성들이 대체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고 그에 대한 분노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피지배 계급이라는 정체성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반발을 해소할 특정 대상을 찾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여성이 분노 표출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오정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가 경직되면서 여성 혐오가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봤다. 오 교수는 “여성 혐오는 마치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 차별의 근본 원인인 것처럼 인식시키면서 오히려 그런 차별을 낳는 사회에 대해서는 정작 대항하지 못하도록 작동하는 일종의 헤게모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신현경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기획연구위원도 “여성 혐오에는 남성의 깊은 좌절과 분노가 반영돼 있고 일종의 콤플렉스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며 “여성 혐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권력과 위계질서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 혐오를 이른바 일부 ‘루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회 변화 속에서 ‘유리 천장’을 깨고 나오는 여성들로부터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당하는 남성들 역시 여성 혐오에 동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현재 74.6%로 2009년 이후 남성(67.6%)을 앞질렀고 지난해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49.5%, 51.3%였다. 지난해 5급 공무원 여성 합격자 비율은 전체의 42.1%, 9급 여성 합격자는 49%에 달했고 사법시험 등 각종 고시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보수화되면서 기존 권위를 무너뜨리는 대상에 대한 적대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그 대상 중 하나가 여성”이라고 봤다.

신(新)모계 사회가 부각되면서 기존 가부장 중심 사회의 붕괴 혹은 약화 국면에서 나오는 불안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의 권위가 무너진다는 ‘불안’이 ‘혐오’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혐오는 현대사회뿐만 아니라 유사 이래 꾸준히 있었다”며 “지금은 여성이 ‘열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여성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 밑바닥에는 남자는 군대 가서 바보 되고 여자는 그 시간에 ‘스펙’을 쌓고 있다는 역차별 정서가 내재돼 있다”며 “이런 것들이 반감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연인 간에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 역시 여성 혐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데이트 폭력 양상 중 폭력 사건은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2742건을 기록하고 있고, 연인 간 강간 및 강제 추행은 2010년 371건에서 지난해 67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데이트 폭력은 여성 혐오와 분명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성 혐오에 맞선 현상으로 나타나는 ‘남성 혐오’ 역시 기존의 여성 혐오와 동일한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약자가 혐오를 주도한다는 점, 특정 대상에 대해 많은 정보와 비난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와 작동 방식이 똑같다”고 분석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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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7-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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