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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현장 사진에 술렁… 刑 결정 땐 고민고민

잔혹한 현장 사진에 술렁… 刑 결정 땐 고민고민

조용철 기자
입력 2015-06-30 23:34
업데이트 2015-07-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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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살인·방화범 국민참여재판…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관해 보니

30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3호 법정. 기자가 ‘그림자 배심원’(재판을 방청하고 양형을 토의하지만 실제 판결에는 반영되지 않는 제도)으로 참여한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됐다. 지난 3월 술을 함께 마시던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김모(38)씨에 대한 최종 선고가 이뤄지는 재판이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는 법정에 출석한 예비 배심원 30명 중 10명을 추려 내기 위한 질문부터 던졌다.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는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강력 사건 범죄자들이 적정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해 ‘주관’이 뚜렷한 배심원을 가려내는 과정이었다.

한 예비 배심원은 “살인범을 마주 보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고 재판부에 읍소해 그 자리에서 귀가 조치됐다.

황토색 수의를 입은 김씨가 등장하면서 배심원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법정에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 김영학)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피고인 김씨는 피해자와 술을 먹다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했고, 화재로 사망한 것처럼 은폐하기 위해 불까지 질렀다는 사건 내용이 설명됐다.

재판 쟁점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김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검사가 증거조사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배심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숨진 피해자와 범죄 현장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배심원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거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렸다. 배심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피고인 김씨조차 고개를 가로저으며 동요했다. 변호인은 그 순간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배심원들을 향해 변론에 나섰다. 피고인 김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검사는 김씨가 최초 폭행 후 119에 신고했다가 다시 신고를 취소할 정도로 당시 이성적 판단이 가능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검사는 징역 20년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을 구형했다.

총 5시간에 걸친 법정 공방이 끝나자 배심원들은 평결 절차에 돌입했다. 한 배심원은 기자에게 “막상 내가 한 사람의 죗값을 결정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되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며 2시간 동안 평결한 배심원 10명은 이날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하고 김씨에 대한 심신미약 상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죗값으로 징역 18년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을 선고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7-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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