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볼 수 없다” 일어선 소녀상 거제서 제막

“앉아서 볼 수 없다” 일어선 소녀상 거제서 제막

입력 2014-01-17 00:00
수정 2014-01-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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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상징 국내 3번째…피해 할머니들 ‘눈물’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승포항을 마주한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고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했다.

이날 때마침 97번째 생일을 맞은 국내 생존 최고령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는 “너무 좋고 고마워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며 감격했다.

제막식에는 동료 피해자인 김복동(88)·길원옥(85) 할머니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거제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 건립추진위원회, 지역 학생 등 200여명도 소녀상 제막을 지켜봤다.

제막식은 경과보고, 인사말, 생존자 기념사, 학생 대표 희망글 낭독, 제막, 살풀이 등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 13일에 설치됐다가 이날 제막행사를 가진 거제시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자 상징물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다.

서울시 종로구 일본대사관 맞은 편과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에도 소녀상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에도 소녀상이 있다.

서울시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고양시 소녀상은 2013년 5월 2일, 미국 소녀상은 2013년 7월 30일(현지시간) 각각 제막했다.

거제 소녀상은 기존 소녀상과 달리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소녀상들을 모두 만든 부부 조각가 김운성(50)·김서경(49)씨는 2013년 10월부터 건립추진위와 작품을 논의해왔다.

전쟁 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기는 커녕 인정도 하지 않고 역사 왜곡과 은폐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소녀상이 언제까지 다소곳이 앉아있을 수 없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서울 소녀상의 경우 왼쪽 어깨에 파랑새가 있는데 거제 소녀상은 두 손바닥으로 파랑새를 감싸 들고 있다.

작가는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제 만행을 꾸짖으며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파랑새를 보호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소녀가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됐음을 의미하는 검은 그림자와 그 속의 희망을 표현한 흰 나비는 기존의 소녀상과 같다.

김운성 작가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을 하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소녀상을 계속 만들 것”이라며 “소녀상의 다른 모습을 여러가지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소녀상 철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소녀상을 없앤다고 해서 일본이 잘못한 과거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복득 할머니는 제막 후 소녀상을 만지며 쉽게 말을 잇지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는 “당장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며 “누구나 이 동상을 보고 우리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녀상 건립 모금운동은 4천만원을 목표로 2013년 7월부터 본격 시작됐고 6개월 동안 모두 4천298만890원이 모였다.

김복득 할머니가 1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거제시는 1천만원을 지원했다.

개인 300여 명 외에 지역 초·중·고교와 시민단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30여개 기관·단체·기업이 동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경남지역 첫 조형물은 2013년 4월 6일 통영시 남망산 조각공원에 세워진 ‘정의비’다.

이를 계기로 거제시와 창원시에서도 추모비 건립 사업이 본격화됐고 부산에서도 최근 같은 활동이 시작됐다.

경기도 성남시는 미국에서 소녀상 철거 논쟁이 벌어지자 미국 내 자매 우호도시와 협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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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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