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무죄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무죄

입력 2013-08-22 00:00
수정 2013-08-2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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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여동생 진술 믿기 어렵다”…집행유예 선고

서울시청에서 일하면서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화교 출신 공무원 유모(33)씨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22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565만3천170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활동을 입증할 만한 유일하고 핵심적인 증거인 여동생(26)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술 가운데 일부는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모순되고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는 진술도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재판에서 여동생이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동생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대신 수사기관에서 여동생의 진술과 법정에 제출된 증거들이 어긋나는 점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특히 지난해 1월 설 연휴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을 만난 뒤 밀입북했다는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초 유씨가 지난해 설 전날인 1월 22일 밀입북했다고 주장했다. 여동생은 수사기관에서 “오빠가 ‘외롭겠지만 혼자 설을 지내라’고 했다”며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지난해 1월 22∼23일 유씨가 가족·지인들과 찍은 사진 등을 제시하며 그가 중국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유씨의 밀입북 날짜를 24일로 바꿔 공소장을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지만 변호인이 제출한 사진 등을 여동생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유력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매우 자세하고 구체적인 진술의 내용이 객관적 증거에 모순되는 것은 그 자체로 진술 전체를 믿을 수 없게 되는 결정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씨에게 탈북자 자료를 전송받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넘겼다’는 여동생의 진술 역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재북 화교 신분으로서 중국 비자를 얻어 왕래할 수 있었고 자료를 유·무선으로도 쉽게 전송할 수 있는데도 도강이라는 위험성 높은 방법을 택한 것은 합리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동생의 진술에 앞서 국정원 수사관들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점도 들었다. 진술을 여동생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자백으로도 볼 수 있는데도 진술거부권 고지 등의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유씨는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와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한 혐의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국적이 밝혀질 경우 힘겹게 이룬 생활터전을 잃고 강제 추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유씨는 북한 국적의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입국,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고 여동생을 통해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탈북자를 이용한 북한 대남기구의 공작활동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유씨를 변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정원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받아 검토한 뒤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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