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고발 법리검토뒤 결론…”美 공조요청땐 협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전국여성연대와 통합진보당 등의 여성 1000여명이 지난 4일 윤 전 대변인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이 사건을 지난주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에 배당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가능 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지만 모든 요건을 검토해 봐도 현재로선 국내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성단체 회원들이 윤 전 대변인을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다각도로 국내에서 수사가 가능한 부분을 검토해 봤지만 크게 네 가지 이유로 현 단계에서는 수사가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검찰에 따르면 우선 고발이 들어온 시점에서 성범죄는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지만 피해자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적극적인 처벌 의사를 국내에 알린 적이 없다. 명예훼손의 경우도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최소한 피해자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피해자의 의사를 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고발인들은 사건 및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3자라는 것이다.
또 명예훼손이 적용되려면 사실관계가 특정될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 부분도 윤 전 대변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진위를 다퉈 봐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현재 피해자가 미국에 있고 미 당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국제적인 문제와 이중처벌의 여지 등으로 국내에서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를 위해서는 고발인·피해자·피고발인 조사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기본적인 조사조차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면서 “고발인들이 사건 당사자와 전혀 무관하고 사건의 정확한 진위를 모르기 때문에 고발인 조사가 무의미하고, 미국에 있는 피해자를 불러 조사하는 것도 본인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각하하지는 않고 미국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 공조 요청이 들어올 경우 협력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기초적인 내용을 정리해 놓는 것 외에는 국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건을 쥐고만 있다”면서 “그러나 각하시키진 않고 미국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협조 요청이 들어오거나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