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전문의도 놀란 한국의 ‘알레르기 치료’

英전문의도 놀란 한국의 ‘알레르기 치료’

입력 2012-10-30 00:00
수정 2012-10-3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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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가, 선천성난치 자녀와 방한 “면역요법후 못 먹던 음식 먹게돼”

영국의 한 알레르기 전문의가 난치성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두 자녀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런던의 그레이트 올몬드 스트리트병원 소아소화기 전문의인 글로리아 도밍게즈 오르테가 박사는 선천성 음식 알레르기를 가진 딸 엠마(5)와 아들 세르지오(7)를 치료하기 위해 지난 17일 2주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들은 알레르기 질환 전문인 서울알레르기클리닉을 찾아 노건웅 원장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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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난치성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르테가(왼쪽) 박사가 노건웅 원장으로부터 치료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알레르기클리닉 제공
자녀들의 난치성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르테가(왼쪽) 박사가 노건웅 원장으로부터 치료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알레르기클리닉 제공


자녀들의 알레르기는 선천성이었다. 엠마는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음식 알레르기를 가져 지금까지 특수분유만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음식을 먹으면 구토와 함께 위와 식도의 기능이 멈추는 이상반응이 계속되는 탓이다. 세르지오도 콩과 우유 등을 먹지 못했다.

오르테가 박사는 자신이 소아알레르기 전문의이지만 자녀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유럽과 미국의 유명한 의사들을 모두 만나봤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다. 낙담한 그는 수많은 의학논문을 손수 뒤진 끝에 4개월 전 한국의 한 의사가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고 곧장 한국으로 향했다.

방한 다음날부터 치료가 시작됐다.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단백질을 주사한 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조금씩 먹이는 방식이었다. 인체 면역체계를 억제하면서 알레르기 유발 음식에 서서히 적응하게 하는 일종의 면역요법을 시도한 것이다.

엠마는 닭고기부터 시도했다. 치료가 성과를 보여 닭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자 이어서 감자를 시도하고 있다.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오르테가 박사는 “엠마는 지금까지 한번도 닭고기 같은 고형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 “음식 씹는 방법을 익히느라 시간이 걸릴 뿐 알레르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지오도 알레르기를 보인 콩을 먹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상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오르테가 박사는 “엠마와 세르지오의 소식을 들은 영국의 동료 의사들이 놀라고 있다.”며 “이 치료법을 영국에 도입하기 위해 영국 정부에 기금 마련을 요청했으며, 내년에는 치료 성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료를 맡은 노 원장은 “면역체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알레르기는 원인만 정확히 진단하면 치료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의 임상 성과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2-10-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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