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서 투명인간” 새터민 왕따 학생의 눈물

“나는 학교에서 투명인간” 새터민 왕따 학생의 눈물

입력 2012-05-23 00:00
업데이트 2012-05-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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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아니냐” “못생겼다” 탈북청소년 왕따 심각

“‘나는 그냥 투명인간이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2002년 탈북해 중국에서 살다 2009년에 부모와 함께 서울로 들어온 새터민 문진영(13·가명)양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입학한 지 3일 만에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간첩 아니냐.’, ‘덩치가 작다.’, ‘못생겼다.’고 놀려댔다. 북한에서 왔고, 자신들과는 용모가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양은 “친해지려고 무진 노력했는데 소용없었어요. 5, 6학년이 되어서는 그냥 남들 눈에 안 보이는 것처럼 살았어요.”라고 말했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가 심각하다.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에서 생활고를 겪느라 키도 잘 자라지 않은 데다 말투까지 달라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그들은 ‘짱깨’, ‘간첩’ 등으로 불리며 수난을 받는다. 그러는 사이 그들의 가슴속에는 우리 사회를 향한 끝모를 반감과 원망이 자라고 있다.

22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내놓은 ‘탈북청소년의 교육 종단연구’에 따르면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이 학교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원인은 기초학습 부족과 문화적 이질감, 소득 격차 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탈북 학생의 교내 왕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작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 눈치를 살피느라 소신을 펴기도 어렵다.

2010년 중국에서 넘어온 이정규(13·가명)군은 그해 4학년 2학기 때 교사 재량으로 학급 회장이 됐지만 친구들이 반발해 일주일 만에 물러나야 했다. 학생들이 “새터민 애는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던 것. 담임 교사는 “애들이 ‘하필 다문화가정 애에게 그런 걸 시키느냐’고 항의해 결국 없던 일로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군은 다음 해에 선거를 통해 학급부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일부 친구들의 반대로 다시 물러나야 했다. 이군의 상심은 컸다. 그 후 친구들과 자주 다퉜다. “학교 안 다니겠다.”며 집을 뛰쳐나오기도 했다.

‘사교육’도 이들의 소외감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새터민은 대부분 경제적 여유가 없어 과외는 엄두도 못 낸다. 종단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묻는 질문에 북한 출신 학부모 410명 중 69.8%에 해당하는 286명이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답했다. 이런 열악한 형편 때문에 학원 과외는 꿈일 뿐이다.

이들 중에는 복지관 등 탈북학생 교육 지원기관을 다니면서 ‘학원’을 다닌다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서울의 한 초교 5학년 담임 교사는 “학원엘 다닌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복지관이더라.”라고 전했다.

강구섭 탈북청소년교육지원특임센터 팀장은 “우리 사회에 탈북자에 대한 차별이 상존한다.”면서 “그들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배려해야 하며, 그러려면 무엇보다 교사·학부모·학생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2012-05-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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