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 자살로 ‘공황장애’ 재조명

지하철 기관사 자살로 ‘공황장애’ 재조명

입력 2012-03-13 00:00
수정 2012-03-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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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공간서 장시간 같은 일 반복’ 원인 꼽혀

12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기관사의 선로 투신자살 사건으로 일부 기관사들이 겪는 ‘공황장애’가 어떤 질환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공황장애란 현실적으로 위험 대상이 없는데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자제력을 잃고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질식감, 어지럼증, 심장박동수 증가 증세를 보이며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ㆍ떨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지하철 기관사는 이미 지난 2004년 공황장애가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될 만큼 이 질환에 대한 노출 위험이 심각한 직종이다.

숨진 기관사 이모(43)씨도 공황장애를 앓아 지난해 6월 열흘간 휴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달 내근직인 역무로 전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관사들이 겪는 공황장애는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언제 사람이 불쑥 선로로 뛰어들지 모른다는 자살 공포에 대한 불안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관사 공황장애는 지난 2003년 8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두 기관사가 며칠 사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한 명은 근무를 마친 저녁 시간에 선로를 걷다가 열차에 치여 숨졌고 다른 한 명은 고향인 여수의 돌산대교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두 기관사 모두 30대의 젊은 나이였으며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가톨릭대학교가 2007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근무하는 기관사 836명을 상대로 특별건강검진을 한 결과, 기관사의 공황장애 유병률(0.7%)은 일반인(0.1%)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기관사인 오은석 서울도시철도노조 사무국장은 “기관사들은 근무 형태가 불규칙한 데다 혼자 밀폐된 공간에서 3시간 넘게 똑같은 일을 해 스트레스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며 “많은 기관사가 불안감과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료 기관사 중에는 뛰어내리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운전 도중 문을 열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전날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실적 쌓기에 급급해 기관사의 고통을 외면하고 짓누른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는 도시철도 노동자들의 직무 스트레스 조사와 역학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관사 업무복귀 프로그램을 전면 수정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이씨의 사망 경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전직 문제로 연결짓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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