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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새주소 ‘생소’..시행착오 우려>

<도로명 새주소 ‘생소’..시행착오 우려>

입력 2011-05-20 00:00
업데이트 2011-05-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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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권모(41.여)씨는 이달 초 아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부친 엽서를 집배원이 아닌 아들을 통해 건네받았다.

엽서가 반송돼 아들이 직접 들고 온 것이다.

엽서에 찍힌 반송사유는 주소불명. 종전 주소를 사용하지 않고 ‘○○로 xxx’라고 도로명 새 주소를 적은 것을 집배원이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집주인도 모르는 새 주소를 집배원인들 알 수 있겠느냐”며 “홍보와 준비가 부족한 것이지 집배원을 탓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인기 의원이 도로명 새 주소의 전면 시행을 2012년에서 2014년으로 늦추는 내용의 도로명주소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준비가 미흡해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5개월의 병행사용으로는 무리라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오는 7월 29일 도로명 새 주소가 전국에 동시 고시돼 병행 사용을 시작하기 때문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주소가 가정과 사무실에 고지됐지만 제대로 모르는 주민이 대부분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새 주소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단지에서는 새 주소명을 ‘느티로’가 아닌 ‘정자로’로 개편되길 바라고 있다.

느티로는 정자동 카페촌을 가로지르는 도로로, 정자동이 도로명에서 빠지면서 부촌 이미지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느티로를 청담동에 비유해 ‘청자로’로 부르고 있다.

대구 수성구 이모(46.여)씨는 “학군이 좋아 아파트 시세가 높은 편인데 도로명 주소로 바뀌어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주소 교체를 반대했다.

경북도에는 도로명이 어려워 바꿔달라는 민원이 29건 접수됐다. 상주시 춤티고갯길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는 식이다.

성남시 판교원마을 주민 성모씨는 “운중로가 마을 이름이나 관할 판교동 주민자치센터와 관련이 없어 생소하다”며 판교원로나 서판교로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판교 주민은 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은둔한 곳에서 유래한 ‘두밀로’가 종교 편향이라며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 남구의 경우 지난 3월 26일 새 주소를 고지하고 나서 혼란스럽다는 주민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수암로길의 경우 수암동과 야음동, 일부 신정동까지 걸쳐 있어 야음동과 신정동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많을 때는 하루 20건의 전화 민원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북구 관계자는 “새 주소와 행정동이 헷갈린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행안부에 이런 불편을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전북도에는 “바뀐 도로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좋은 숫자(예컨대 333번)로 변경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우체국과 택배업체, 자치단체들도 업무 증가와 시행착오를 예상했다.

인천시 남동구 남인천우체국 관계자는 “집배원들이 기존 주소 외에 도로명 주소를 다시 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한 집배원이 휴가를 가거나 자리를 비우면 관할 구역의 집배 업무를 동료에게 맡겨야 하는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성남우편집중국 한 관계자는 “조견표를 다시 만들고 직원 교육도 하겠지만, 당분간 혼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택배업체 직원은 “도로명 주소만 적혀 있으면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하루 정도 배달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노인층은 익숙지 않고 외우기도 쉽지 않다”면서 “집배원들이 지번 주소가 잘못 표기돼 있으면 주소를 일일이 수기로 고쳐주는 것처럼 새 주소를 병행 사용하게 되면 이런 업무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행정기관에서도 민원인이 문서를 접수할 때 새 주소를 안내하고 검색해서 알려주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할 것”이라며 “행정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에서는 새 주소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지번이 일치하지 않고 건물번호판 부착 오류 등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번과 주민등록 주소가 일치하지 않거나 지번이 없는 가구 등에 대한 정비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안내문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혼선을 빚고 있지만 병행 사용하면 점차 적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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