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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포격후 연평도서 한발짝도 안 떠난 이기옥씨

北포격후 연평도서 한발짝도 안 떠난 이기옥씨

입력 2010-12-22 00:00
업데이트 2010-12-2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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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개펄 나오니 웃음이 절로나…우릴 쫓아내려는 北에 놀아나선 안돼”

“개펄만 봐도 좋아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데 어떻게 떠나나.” 21일 오전 10시 연평도 거문녀(검은 바위). 연평도 토박이들은 섬 남동쪽 끝도 없이 넓게 뻗은 이 개펄을 ‘거문녀’라고 불렀다. “아 뻘(개흙)에 나오니까 날아갈 것 같네. 애기 때부터 놀던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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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우리 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연평도를 떠나지 않은 이기옥씨가 21일 해안가에서 채취한 굴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우리 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연평도를 떠나지 않은 이기옥씨가 21일 해안가에서 채취한 굴을 보여주고 있다.
보라색 외투를 입고 대야를 든 이기옥(49)씨가 연방 웃음을 지으며 굴을 캤다. 이씨는 지난달 23일 북한군 포격 이후 단 한번도 뭍으로 나가지 않은 주민이다. 이날 이씨는 한 달 내내 개펄에 못 나가다가 처음 굴채취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총만 있으면 군인들 돕고싶어

다 떠나는데 연평도에서 단 한발짝도 나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고향이잖아. 여기가 생활터전이고. 또 아들이 여기서 근무하고 있어. 버리고 갈 수 없지.”라고 말했다. 또 “북한 도발 목적이 우리를 여기에서 쫓아내려는 건데 그 의도대로 해주면 안 되지. 주민이 있어야 군인들한테 힘도 되고. 총만 있으면 돕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아들은 현재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군 복무하고 있다.

●요새화? 주민없으면 무슨 소용

연평도를 타이완의 진먼다오처럼 ‘지하요새화’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하자, 이씨는 “요새화고 평화공원 조성이고 주민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어.”라면서 “주민들이 살 수 있게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평도의 겨울은 정말 추워. 우리 연평도 사람들은 겨울이면 ‘보일러가 쌀밥 먹고 사람은 보리밥 먹는다.’고 말하지.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때는데 기름값이 워낙 비싸니까 생긴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면세유도 좀 지원해 주고 식료품값도 육지 수준으로 낮춰주고 굴에 붙이는 세금 좀 깎아주면 주민들 다 돌아온다. 땅만 캐도 금 같은 굴이 나오는 곳에 누가 안 돌아오겠냐.”고 강조했다.

●굴 세금 깎고 지원하면 다 돌아와

이씨는 굴 캐는 일을 ‘맨손어업’이라고 불렀다. “맨손으로 개펄에 나가서 잔머리 안 쓰고 굴을 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평도 사람들 정직한 사람들이지. 나는 앞으로 평생 이렇게 맨손어업하면서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연평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2010-12-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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