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리 공화국…저질급식 알고보니 뇌물 탓

교육비리 공화국…저질급식 알고보니 뇌물 탓

입력 2010-08-19 00:00
수정 2010-08-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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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장부에 학교 관계자들 명단과 금액이 암호식으로 빼곡히 적혀 있더군요. 한두 군데도 아니고 100곳이 넘었어요”

신진기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3팀장은 최근 경남지역의 한 대형 식자재 급식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한 번에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이르는 뇌물이 관내 110개 학교 교장이나 행정실장, 영양교사 등 256명에게 전달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식자재 급식업체가 주로 영업을 한 마산과 창원, 진해 일대 학교 4∼5개 가운데 한 개 학교는 연루된 셈이다.

뇌물의 대가는 질 낮은 식자재로 돌아왔다.

이 업체는 한우에 저등급 냉동육을 섞어 1등급 한우라고 속여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중 만난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기가 너무 맛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신 팀장은 전했다.

영양교사가 이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영양교사 자신도 뇌물을 받았거나 받지 않았더라도 교장이 업체 선정에 전권을 쥐고 있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창원의 한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은 납품업체에 부풀려 지급한 대금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급식비 2억4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드러났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이와 유사한 비리가 다른 대형업체에도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비리 중 가장 심각한 비리

급식비리는 경상남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인천의 한 급식용 식자재 납품업체가 각급 학교 교장 47명에게 1인당 50만∼1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가 포착되기도 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심각한 비리가 아이들의 매일 먹거리와 관련한 급식비리”라며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먹으면 없어져 버리니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급식비리가 싹트는 토양은 학교장에게 업체 선정의 전권이 있다는 데 있다.

신진기 경위는 “뇌물을 받은 학교들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했다”면서 “납품하려는 업체는 많은데 학교는 한정돼 있으니 이런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각급 학교는 대부분 ▲쌀 ▲잡곡류 ▲농산물 ▲축산물 ▲가금류 ▲수산물 ▲공산품(장류 등) ▲김치 ▲떡 등으로 품목을 나눠 업체를 선정한다.

단가가 2천만원 이하면 수의계약, 이상이면 경쟁입찰로 업체를 골라야 한다.

학교에서는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납품기간 등을 짧게 자르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수의계약으로 식재료를 구매하는 학교 비율은 전국적으로 31%이며, 지역별로는 서울(61%)과 인천(78.3%), 전북(82.5%), 충남(62.4%) 등이 특히 높다.

설령 경쟁입찰에 부치더라도 비리가 끼어들 여지는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복수의 적격 업체를 골라 입찰을 진행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동훈찬 실장은 “특정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꼬투리를 잡으려 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교-업체 접촉 원천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따라서 급식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학교와 업체 간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급식비리 대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의계약 가능 금액을 현행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낮추는 한편 오는 9월 개통되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학교급식 식재료 전자조달 시스템’을 통해 학교가 업체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식재료를 공급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올해 서울과 부산, 인천, 충남, 전북 등에서 각 50개교씩 총 250개교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전체 학교의 절반 정도인 4천500개교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식재료를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민 농수산물유통공사 과장은 “식재료 납품을 원하는 유통업체중 인허가 서류 검토와 현장실사 등을 거쳐 적격 업체를 선정해 납품회원으로 승인할 계획”이라며 “부적격 업체의 입찰 참여를 원천 배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가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는 한 적격 업체라도 뒷돈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해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입찰을 진행해 업체를 선정하면 선정 이유 등이 공개되지 않지만, 전자조달 시스템을 이용하면 근거가 다 공개되기 때문에 비리의 여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학교가 업체 선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리 가능성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현장실사 등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하면 일선 학교에서는 지원센터를 믿고 물건을 납품받는 방식으로, 학교와 업체가 마주칠 일이 없다.

현재 서울과 양평, 청원, 순천, 나주, 목포, 문경, 영주, 김해 등 11곳에서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 932개교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아직 전체 학교의 10%도 되지 않는 규모다.

서울시 급식지원센터인 친환경유통센터에서 식재료를 공급받는 강서초등학교의 김남주 영양교사는 “예전엔 매일 아침 검수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었는데 급식지원센터를 이용한 뒤로는 서울시에서 품질관리까지 해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박진욱 교육과학기술부 학생건강안전과 사무관은 “전국 299곳에 있는 산지 유통센터를 확대해 급식지원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 급식지원센터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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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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