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렌즈 통해 아름다운 서울 찍죠”

“마음의 렌즈 통해 아름다운 서울 찍죠”

입력 2009-09-14 00:00
수정 2009-09-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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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사진가 10여명 상명대생 도움받아 出寫

12일 오후 8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 ‘Think of me’의 선율에 맞춰 반포대교 분수대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아마추어 사진가 50여명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그 가운데 시선을 끄는 무리가 있었다. “규민씨, 분수가 포물선을 그리고 있어요. 지금이에요!” 장연호(24)씨가 외치자 시각장애인 박규민(31)씨가 재빨리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장씨는 카메라 LCD(액정표시 장치)창에 찍힌 사진을 박씨에게 설명했다. “빨간색 조명을 받아서 분수가 붉게 물들었어요. 반포대교가 강물에 그대로 비쳐서 고흐 그림 같아요. 정말 멋있어요.” 장씨의 칭찬에 박씨는 수줍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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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반포한강공원에서 시각장애인 사진가 모임 ‘마음으로 보는 세상’ 회원들이 상명대학교 영상학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한강의 야경을 촬영하고 있다.  상명대 제공
12일 저녁 반포한강공원에서 시각장애인 사진가 모임 ‘마음으로 보는 세상’ 회원들이 상명대학교 영상학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한강의 야경을 촬영하고 있다.
상명대 제공
● 3개월동안 남산·한강 등 곳곳 촬영

이날은 상명대학교 영상미디어연구소가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 프로젝트가 열린 날. 행사에 참여한 다양한 연령대의 시각장애인 사진가 10여명이 처음으로 야경사진 찍기에 도전했다. 지난 6월 출범식을 가진 이들은 3개월 동안 남산, 청계천, 광화문광장 등 서울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상명대 사진전공 학생들이 촬영을 도왔다. 3년 전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 학교 양종훈 영상학부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은 틀에 얽매이지 않아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면서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시각장애인도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강 건너에 어렴풋이 보이는 남산 서울타워를 렌즈에 담기 위해 애쓰던 시각장애인 선명지(20·여)씨는 “밤 풍경을 찍는 건 처음인데 불빛과 강물을 예쁘게 담고 싶다.”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외출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 됐다.”고 전했다.

당뇨 합병증으로 3년 전 시력을 잃은 전양호(33)씨는 “해가 떨어질 무렵의 하늘과 가로등 불빛을 상상하면서 셔터를 눌렀다.”면서 “보이진 않아도 ‘마음의 렌즈’를 통해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촬영을 돕기 위해 멘토에 지원한 장연호씨는 “내가 어떻게 피사체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시각장애인들의 표현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장면을 묘사하는 기술을 열심히 연구했다.”면서 “규민씨가 좋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며 흐뭇해했다.

● 내년 서울시 공식 달력으로 제작

이들이 찍은 사진은 다음달 28일부터 대학로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에 전시된다. 또 내년 서울시 공식 달력으로 제작돼 각 기관과 유엔 204개국 대사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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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09-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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