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前회장 형량 왜 그대로
14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일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그런데 이 선고형량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한 1·2심과 똑같아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으로서는 이날 유죄 판결로 형량이 늘어나지 않았다.
재벌 총수에게는 항상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공식이 적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삼성SDS 쪽에 배임액인 227억원 이상을 납부해 피해를 회복했다는 점을 긍정적 양형사유로 밝혔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삼성이 지난해 1심부터 주장하던 1539억여원 납부 사실이 2008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서 누락되어 있다.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부분을 양형 사유로 참작한 셈이다.
재판부는 또 이 전 회장이 삼성SDS의 매출 증대 등에 기여한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 자체가 이재용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판시도 하지 않았다.
유죄 인정 근거로 이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들었으면서 동시에 “당시 비상장사의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했던 만큼 피고인이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위법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힌 것 역시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변제’, ‘기업 발전에 기여’ 등은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양형 사유인데 이번 판결에도 이런 전형적 사유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8-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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