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각장애 법조인 ‘아름다운 도전’

첫 시각장애 법조인 ‘아름다운 도전’

입력 2009-04-20 00:00
수정 2009-04-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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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은 연수원생인 시각장애인 최영씨를 위해 최근 연수원 건물 내 출입구와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음성안내인식기 40대를 설치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법연수원은 연수원생인 시각장애인 최영씨를 위해 최근 연수원 건물 내 출입구와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음성안내인식기 40대를 설치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시험 합격자인 최영(28)씨가 ‘홀로서기’를 위해 사법연수원 입소를 1년 미뤘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아직 연수원의 시설이나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억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와 연수원에 1년은 첫 시각장애인 법조인 탄생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의 기간일 뿐이다.

성인이 된 뒤 시력을 잃은 최씨는 사시에 합격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점자에 익숙지 않았다. 이동할 때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있어야 했고,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갈 때도 친구들이 도왔다. 하지만 최씨는 사시에 합격한 뒤 곧바로 ‘흰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서울 상계동의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아 보행연습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최씨는 이 곳에서 지팡이를 짚고 걷는 연습을 시작했고, 점자도 익혔다. 지난 3월 2차 면담을 위해 연수원을 방문할 때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가 연수원 교수진을 놀라게 했다.

“최초의 법조인이든 다른 직업이든, 어느 영역에 처음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일 같아요. 구성원들의 합의나 제도적인 뒷받침,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죠.”

현재 고향인 경남 양산에 머물고 있는 최씨는 연수원에서 받은 파일 형태의 일부 교재를 본인이 사용하던 스크린리더(텍스트파일을 음성화하는 프로그램)에 적용해 학습 계획을 짜는 등 연수원 입소 준비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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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도 최씨를 맞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우선 주요 출입구와 엘레베이터, 화장실 등 요소요소에 음성안내인식기 40개를 달았다. 근처에서 리모컨을 누르면 “후생동 방향 출구입니다.” 등 인식기에서 안내 음성이 나온다. 계단 등에 점자로 된 안내표지를 붙이고, 점자블록도 보완했다. 이번주 중에는 스크린리더를 구입, 22일 열리는 전체 교수회의에서 직접 시연해 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연수원은 시설 정비 및 학습보조기구 마련 등을 위해 4500만원을 들였고, 추가로 예산 1억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난 1월에는 연수원 기획총괄교수인 정선재 부장판사가 직접 일본 사법연수소까지 다녀 왔다. 이미 3명의 시각장애인 변호사를 배출한 일본의 선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이 방문에서 교통사고 사건 기록의 약도를 점자화하는 방법 등 많은 ‘힌트’를 얻고 왔다. 최씨가 입소한 뒤에는 함께 생활하면서 최씨를 도와 줄 수 있는 연수생들로 같은 반원을 구성할 예정이다. 연수원 관계자는 “최씨와 수시로 면담을 해 우리가 마련한 시설이나 도구 등이 효과가 있는지 피드백을 받을 것”이라면서 “최대한 본인이 만족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하다 보니 1년이란 시간도 부족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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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4-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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