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술자리 동석만으로 성매매 수사못해”
‘시간끌기냐, 눈치보기냐.’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사건의 수사 시작 때부터 ‘뒷북 수사’ 논란에 시달렸던 경찰이 이번에는 문건에 등장한 유력 인사들의 소환을 앞두고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렇다 할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경찰은 유족으로부터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유력 인사 3명을 포함해 1차 수사대상자 10여명에 대해 “장씨에게 술시중 등을 받았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조사를 본격화하겠다.”고 했으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정황이 포착된 이후에도 소환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문건 등장 인사들이 워낙 사회적으로 거물급 인사여서 전형적인 눈치보기라는 말도 나온다.
경찰은 장씨의 문건에서 언급된 사실관계 확인을 대부분 마치고 지난 30일부터 문건을 돌려본 유력 신문사 기자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전화통화 내역을 파악하면서 장씨가 수사대상자들에게 술시중 등을 한 정황도 어느 정도 확인을 마쳤다. 그러나 경찰은 31일 “사전 수사가 마무리되면 소환 일정 등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성매매특별법 위반 등 범죄 혐의 입증에 대해서도 “수사대상자들이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혐의를 판단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동석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술시중의 강요에 대한 교사 및 방조, 대가를 주고 성매매를 한 사실 등을 조사할 수 있다.”며 물러섰다.
일본에서 잠적한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40)씨의 여권무효화 조치가 진행 중이지만 그의 귀국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명균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이날 “두루뭉술하게 나온 문건 하나 갖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김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수사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경찰이 문건을 본 기자 등에 대한 조사를 이틀만에 마치고 이번 주 안에 전 매니저 유장호씨를 재소환하는 등 문건과 관련된 주변인과 수사용의자에 대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유력 인사들의 소환은 뒤로 미룬 채 장씨와 김씨의 단순한 알력 다툼으로 사건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씨의 서울 삼성동 옛 사무실 건물에서 채취한 DNA 시료(전체 96건) 중 아직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은 43건은 주말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결과를 통보할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술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확인된 대상자는 소환 조사하고,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은 대상자는 출장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상돈 이은주기자 yoonsang@seoul.co.kr
2009-04-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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