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왔는데 미끄럼사고 급증 왜

눈 안왔는데 미끄럼사고 급증 왜

입력 2009-02-10 00:00
수정 2009-02-1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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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근하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심야와 새벽에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주행 중 미끄러지는 사고가 크게 늘고 있다. 경찰과 운전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 24일 내린 눈을 녹이기 위해 도로에 뿌린 염화칼슘이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염화칼슘은 이미 다 없어졌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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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정모(45) 경위는 청량리사거리에서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달아나던 택시를 순찰차로 추격하던 중 차가 미끄러지면서 도로 반대편 담벼락과 충돌해 어깨뼈 골절상을 입었다. 경찰은 순찰차가 미끄러진 원인이 도로에 남아 있던 염화칼슘 때문이라고 결론냈다. 지난달 31일 밤 11시35분쯤에는 영등포역 고가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허모(35)씨가 미끌어지면서 택시와 충돌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토바이의 경우 차량과 달리 도로에 미끌어지면 단순 추돌사고가 아닌 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9일 서울시내 10개 경찰서에 접수된 밤 사이(오후 10시~아침 7시)에 일어난 미끄럼 사고 건수를 조사했다. 비교 기간은 염화칼슘이 없었던 1월9~13일까지 5일간과 24일 눈이 내려 염화칼슘을 뿌린 지 1주일이 지난 1월31일부터 2월4일까지 5일간이다. 조사 결과 염화칼슘(CaCl₂) 을 뿌리기 전에는 80건의 미끄럼 사고가 접수된 데 비해 뿌린 다음에는 101건의 사고가 접수돼 26%의 증가율을 보였다.

택시기사들도 “요즘은 눈도 안 왔는데 새벽에 교차로 등에서 회전할 때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쉽게 느낀다.”고 말한다. 38년째 택시를 운행하는 오모(64)씨는 “눈이 와서 길이 얼면 조심하지만 염화칼슘 때문에 미끄러운 것은 보이지 않으니 대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염화칼슘을 도로에 뿌리면 낮에는 눈 등 수분을 빨아들인 채 가루 상태로 있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이 되면 안개나 도로의 습기를 흡수해 소금물로 변한다. 서울대 화학과 김희준 교수는 “딱딱한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보다 얼음 위에 약간의 물이 녹아 있을 때 잘 미끄러지는 것처럼 새벽 도로에 소금물 막이 형성되면 그곳을 지나는 차량의 압력이 더해져 쉽게 미끄러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서울에 11만 4000포(1포 25㎏)의 염화칼슘을 뿌렸지만 이미 자연적으로 제거된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의 사고가 염화칼슘으로 인한 사고인지 확신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견인차들은 요즘 새벽이면 차량들이 미끄러져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남산 순환도로, 북악스카이웨이, 마포 성산동 고갯길 부근에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견인차 운전사 임모(45)씨는 “이 지역들은 내리막 경사로에 염화칼슘까지 남아 있어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최근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만큼 영상 5도가 넘는 낮에 물청소를 해 염화칼슘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을 서울시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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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09-02-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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