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선율 더 들려주고 싶었는데…”

“희망의 선율 더 들려주고 싶었는데…”

입력 2008-12-31 00:00
수정 2008-12-3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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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공장 돌며 클래식 들려준 ‘A&B 심포니 오케스트라’ 마지막 콘서트

“경제도 어려운데,시름에 잠긴 근로자들에게 선율을 들려주지 못하게 돼 너무 죄송해요.”

10년간 전국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펼쳐온 경기 반월공단 소재 사단법인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사장 장성숙·여·57)이 30일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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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쳐온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지난 4월 괌 현지를 찾아가 교민을 위한 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갖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 제공
전국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쳐온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지난 4월 괌 현지를 찾아가 교민을 위한 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갖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 제공
●회색빛 공단에 울려퍼진 선율

장 이사장이 만든 ‘A&B(Art & Business)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날 오후 안산 경기테크노파크에서 입주 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공연을 가졌다.그러나 5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도,공연을 관람한 관객들도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를 믿고 따라준 단원들의 상심이 클까봐 아직 알리지 않았어요.그동안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주위 분들에게도 미안하고요.”

장 이사장은 “오케스트라를 계속 끌고 갈 여력이 없어 이제 손을 놓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이미 정리 절차에 들어갔으며,다음달 초 반월공단 내에 마련된 사무실도 정리할 계획이다.

제조업을 운영하는 장 이사장은 “공장 근로자들에게 ‘뽕짝’ 말고도 ‘문화’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며 1999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이후 매년 20∼30차례씩 300곳의 중소기업 공장과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공연을 펼쳤다.번듯한 공연 장소가 필요하지 않았다.각종 기계가 쌓인 공장 한편이나 음식 냄새가 밴 구내식당 등이 주무대였고,관객은 노동에 지친 근로자들이었다.

●손 내밀어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오케스트라를 꾸려가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한번 콘서트를 개최하는 데 600만~1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했으며,절반 이상을 그녀와 회사가 부담했다.사무실 운영비로도 매월 300만원씩 썼다.10년을 그렇게 했다.그러나 회색빛 공단에 문화의 꽃을 피우겠다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부터 10년은 하자고 마음먹었어요.그러면 중간에 누군가 나타날 것이고,그분에게 바통을 넘겨주면 되겠다고 믿었어요.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남 도울 만한 형편이 아니다.”는 회사 직원들의 불만도 그녀를 흔들리게 했다.주변의 모든 상황이 장 이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오케스트라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을 내리게 했다.한 기업인은 “국가나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그녀가 대신 짊어지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08-12-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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