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일어나세요”

“아버지 일어나세요”

김승훈 기자
입력 2008-10-01 00:00
수정 200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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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상병 간암투병 아버지에 간이식

“아버지, 하루 빨리 완쾌하시고 다신 아프지 마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있어 주세요. 헌혈증을 모아준 전우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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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육군 제2공병여단 112야전대대 이상민(왼쪽) 상병이 아버지 이현우씨에게 자신의 간을 반 이상 떼어 주는 수술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육군 제2공병여단 112야전대대 이상민(왼쪽) 상병이 아버지 이현우씨에게 자신의 간을 반 이상 떼어 주는 수술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강원도 춘천 육군 제2공병여단 112야전대대 이상민(사진 왼쪽·25) 상병의 바람이다. 이 상병은 국군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간암과 간경화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반 이상(66%) 떼어 주는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상병의 전우들은 수술을 위해 헌혈증을 모아 주고,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상병의 아버지 이현우(오른쪽·52·성남시 분당구·법무사)씨는 가정에 충실하고 다정다감한 가장이었지만 과음이 흠이었다.2000년 건강검진 중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여서 수술로 쾌차했다. 하지만 2006년초 간암이 재발했다. 병원과 집을 오가며 통근치료를 받았지만 나날이 증세가 악화돼 간경화를 앓게 됐다. 간 이식 말고는 소생할 방법이 없었다.

가족들은 지난해 7월 입대한 이 상병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아버지의 건강 악화를 숨겨 왔다. 때문에 이 상병은 최근까지 아버지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8월말 동생 상훈(23·대학생)씨에게서 “내 간을 주고 싶은데, 혈액형이 달라 힘들다. 이대로 두면 아버지께서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이 상병은 즉시 대대장에게 사정을 말한 뒤 휴가를 얻었다.9월 중순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이식 적합 판정이 나왔다.

이날 수술실로 향하던 아버지 이씨는 “아들에게 큰 죄를 진 것 같다. 부자 인연이 뭔지….”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 상병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이 상병은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08-10-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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