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 현저히 완화” 시대변화 반영
태아 성(性)감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판단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성별에 따른 낙태를 막아 남녀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 1987년에 만들어졌다.헌재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시보다 남아선호 경향이 현저하게 완화됐다고 판단했다.2006년을 기준으로 남녀 성비가 여아 100명에 남아 107.4명으로 자연성비인 106명에 근접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요즘도 성비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지, 성별고지가 낙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헌재는 남아 선호가 유난히 두드러졌던 과거를 돌아볼 때 태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원칙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봤다. 때문에 성별 고지가 전면적으로 개방될 수 있는 단순 위헌 결정이 아닌 법적으로 일정 조건을 포함시키라는 의미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헌재는 낙태를 할 경우 태아는 물론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일으킬 수도 있어 사실상 낙태가 불가능한 시기까지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이 자유롭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산모와 가족 등이 태아 성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결론지었다.
헌재는 임신 기간을 통상 40주로 볼 때 임신 28주가 지나면 성별 고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전학적인 정신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도 28주 이후에는 산모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인 낙태조차 절대 금지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번 결정은 지난 4월 열린 공개변론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가 성별 고지를 획일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내부 인식이 있다고 밝히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홍지민 오이석기자 icarus@seoul.co.kr
2008-08-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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