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범죄 타깃 자초

은행들 범죄 타깃 자초

임일영 기자
입력 2008-01-07 00:00
수정 200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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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털이 수법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지능적으로 진화되고 있다. 반면 은행 창구는 한층 개방형으로 변하고, 고객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기 위해 경비 강화도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관련 범죄는 잇따를 전망이다.

5일 오전 8시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원당농협 주교지점에 2인조 강도가 들어 현금 4800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은 현금인출기에 이물질 등을 끼워넣어 기기오류가 발생하도록 한 뒤, 관리센터의 지령을 받고 보안업체 직원 이모(26)씨가 출동하자 흉기로 이씨의 오른 다리를 찌른 뒤 청테이프로 묶고 30분만에 현금인출기에 있던 돈통 3개를 통째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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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보안업체 직원을 제압한 뒤 CC(폐쇄회로)TV와 하드디스크(저장장치)의 연결선을 뽑고 하드디스크에 물을 부었다.CCTV 기록 복구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들이 하드디스크 본체의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물을 부었기 때문에 훼손 정도가 낮아 이르면 7일쯤 판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현금인출기 출입문, 테이프 등에서 12개의 지문을 채취했다.

지난달 10일 국민은행 신사동지점과 같은달 14일 신한은행 사당동지점에서 수표를 훔쳐간 범인들의 행방은 사건 발생 2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두 사건의 범인 모두 복면이나 흉기 같은 ‘전통적인 범죄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비교적 작은 지점의 점심시간을 노려 대담하게 창구 안으로 들어가서 소형 금고의 수표를 챙겨 유유히 달아났다. 이들은 수표를 보관하는 금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CCTV에 그나마 옆모습만 찍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범인이 CCTV를 의식해 고개를 숙이거나 옆모습만 보이게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범죄의 대담성과 치밀한 준비가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하지만 금융기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두 은행 모두 수표 도난 사실을 알려 제2의 피해자 발생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범인들로부터 도난수표를 받은 선의의 피해자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범인들로부터 수표를 받을 때 은행에 진짜 수표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완전한 보상이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수표를 받을 때 진위 여부를 은행에 확인하지는 않는다. 신한은행 수표 절도 용의자는 이달 초까지 서울시내 금은방을 돌아다니며 훔친 수표로 500만원어치의 금을 구입하는 등 상점과 식당 등에서 1000여만원가량의 정액권 수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이 사고를 숨기려고 하는 까닭은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쉬쉬하며, 금융감독원에도 보고하지 않는다. 자칫 관리 소홀로 드러나면 경영진이나 책임자에게 징계가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 창구도 손님이 자유롭게 직원의 책상 앞뒤를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만드는 추세다. 경비를 강화하면 고객들이 위압감을 느껴 좋아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덮기만 할 게 아니라 사소한 것까지 체계적으로 금감원에 보고·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내부자 소행이 많기 때문에 내부고발시스템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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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8-0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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