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수사 발표] 수사발표로 본 ‘범죄의 재구성’

[BBK 수사 발표] 수사발표로 본 ‘범죄의 재구성’

유지혜 기자
입력 2007-12-06 00:00
수정 200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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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대선 정국을 흔들었던 ‘BBK 폭풍’은 김경준씨가 메가폰을 잡은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잘나가는 재미교포 1.5세였던 김씨가 어떻게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게 됐는지 검찰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했다.

김씨가 펀드회사를 구상한 것은 환은살로만스미스바니증권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던 1998년이다. 본인의 컴퓨터를 이용해 새 사업을 구상하던 김씨는 이내 회사에 적발돼 성실근무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게 된다. 김씨의 원래 계획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이듬해 3월 성과금 20억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서부터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김씨는 우선 자본금 5000만원을 가지고 99년 4월 BBK를 출범시킨다. 최종목표는 종합인터넷금융회사 구축으로 이 과정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함께 LKe뱅크를 창업하고,EBK증권중개 설립도 주도하게 된다. 하지만 출자금조차 마련하기 힘들었던 김씨는 결국 BBK 회사돈 30억원을 유용하게 된다.

2000년 5월에는 하나은행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정관을 위조한다. 하나은행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자 LKe뱅크가 700억여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BBK의 지주회사이며, 이 후보가 의결권을 가지는 것으로 정관 등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 하나은행은 풋옵션 계약과 이 후보의 보증을 전제로 5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김씨가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이면계약서의 이 후보 도장은 몇 달 뒤인 2000년 7월 만들어졌으며, 계약서는 2001년 3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LKe뱅크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검찰에서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이 후보의 도장이 찍혀 있는 어떤 문건의 복사물을 주면서 이것과 똑같은 도장을 새겨 오라고 해서 지시대로 했다.”고 진술했다.

EBK증권중개 설립과정에 등장하는 ‘AM파파스 Inc’는 김씨가 친구 래리 롱이 재직중인 미국의 생명과학벤처기업 ‘AM파파스 LLC’를 본떠 만든 것이다.

2001년 2월 이 후보 등에게는 EBK증권중개에 출자할 외국 회사 AM파파스의 이사가 투자를 위해 한국에 온다고 거짓말을 했고, 와튼 스쿨 동창인 롱에게는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라며 초청해 이들을 직접 대면시키기도 했다. 며칠 뒤 김씨는 이 후보에게 “AM파파스가 증자 참여를 결정, 미리 서명까지 해서 계약서를 보내 왔다.”면서 ‘AM파파스’의 서명이 날인된 계약서를 내밀었고, 이 후보 역시 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김씨가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한 계약서 4건 중 3건의 영문계약서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게 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7-12-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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