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참사 6개월 끝나지 않은 악몽] (상) 치료차 재입국한 6명의 생활

[여수참사 6개월 끝나지 않은 악몽] (상) 치료차 재입국한 6명의 생활

오상도 기자
입력 2007-08-20 00:00
수정 2007-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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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화재로 10명의 사망자와 16명의 부상자를 낸 여수외국인보호소 참사가 발생한지 18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와 시설 개선 등의 후속 대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등 떠밀리듯 출국한 부상자 가운데 6명은 치료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지만 누구도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6개월 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화재 피해자들의 삶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전문가 제언 등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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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반대, 노예 노동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호소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반대, 노예 노동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호소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자살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할 만큼 극도의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불에 대한 공포 때문에 가스레인지 옆에 가는 것마저 두려워 합니다.”

경남 마산의 외국인노동자 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철승(44) 씨알감리교회 목사는 지난 6월 재입국해 치료를 받고 있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피해 생존자들을 지켜본 뒤 이같이 증언했다. 마산 쉼터에서 치료받은 피해자 4명은 다른 외국인노동자 10여명과 함께 각각 5평과 13평 남짓 남녀 숙소에 분리 수용돼 힘겨운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11일 새벽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0명의 희생자와 16명의 부상자를 남겨둔 채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졌지만 6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밤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고 사람을 기피하며 화재로 인한 기관지 통증을 호소한다. 손발 저림과 집중력 감소는 그나마 참기 수월한 편이다.

이들은 사고 직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했지만,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내쫓기듯 출국길에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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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6명 중 6명만 재입국 치료

정부는 출국 전 사망자 유족에게는 1억여원, 피해자에게는 1000만원의 배상금을 각각 지급했다. 부상자는 7일 이내에 출국하되 현지에서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재입국을 보장하며, 병원 치료를 위해 최대 3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다는 양해각서를 써줬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19일 취재한 결과 화재참사 피해자의 재입국률은 절반에도 못미쳤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 관계자는 “지난 5월말부터 6명이 재입국해 치료받고 있지만 정확한 소재 파악은 안 된다.”고 밝혔다.

여수참사 피해자로 국가 배상을 받은 16명 가운데 성범죄 전과가 드러난 2명을 제외한 14명에게 재입국 기회를 제공했으나 6명만 재입국해 치료를 받고 있다.

6명 가운데 5명은 현재 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5명 중 1명은 서울쉼터에, 나머지 4명은 마산쉼터에 거주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목사는 “장풍문(48)씨 등 피해자 4명은 가족 3명과 함께 입국해 인근 창원 파티마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법무부에 전담 직원이 없어 재입국과 병원 섭외, 쉼터 마련은 물론 입국 항공료 청구까지 모두 안내해 줬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부는 양해각서에 따라 치료비를 부담하지만 피해자와 가족의 체류 비용은 당사자 몫”이라면서 “항공료도 입국 비용만 지원되는데 이마저도 모두 후불로 지급돼 선뜻 입국해 치료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못해 중국어 통역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사고대책반을 해체한 뒤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병원측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살이나 살인 등 극단적 행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보호소 시설 개선도 제자리 걸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위은진 변호사는 “정부가 후속 대책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등 수용 시설의 소방 시설을 개선하고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역 직원의 수용시설 관리, 운동 부족 등 인권 침해도 지적됐던 사항이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결과, 소방시설 개선을 위한 외국인 보호시설 관련법률(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여태 개정되지 않았다.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터라 개선 사항 확인하기 어렵다.

출입국·외국인본부 관계자는 “개별 언론사에 시설을 공개하기는 힘들다.”면서 “3개 보호시설 가운데 청주는 전 시설에, 화성은 1개 층에 소방 시설을 이미 설치했고, 여수는 10월쯤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 확충이 안돼 용역 직원은 그대로 쓰고 있다.”면서도 “수용시설은 국제 규격을 충족시키는데다 운동 부족도 전통놀이 등으로 보완했다. 언제든지 외부와 전화통화가 가능해 이들 수용시설은 교도소에 비하면 호텔급”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부상자들이 연락을 주면 좋겠지만 입국 뒤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청한 뒤 연락을 끊는다.”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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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07-08-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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