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울리는 봉사활동

학생 울리는 봉사활동

류지영 기자
입력 2007-06-05 00:00
수정 200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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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앞두고 대학생 봉사활동을 빙자해 포교를 강요하거나 당초 취지와 달리 막일을 하게 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대학생들을 울리고 있다. 취업난에 직면한 대학생들은 봉사활동이 학점·취업에 직결되다 보니 일부 단체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어 골탕을 먹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대학에서 책정하고 있는 봉사활동 지원비를 노리고 만들어진 정체 불명의 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이런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써야지” 배신감 느껴

지난해 10월 산업자원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기술대전’에서 서포터스로 일했던 K대 정모(23)씨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행사의 성공적 진행을 도와달라.’는 오리엔테이션 당시 주최측 설명과는 달리 실제 냉장고·세탁기·LCD TV 등 전시 물품을 나르고 정리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돈을 주고 고용해야 하는 인부들의 일을 서포터스들이 대신한 셈이다. 정씨는 “차라리 ‘알바생이 필요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이런 배신감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부기관 행사에서까지 봉사활동 확인서를 미끼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려 드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S대 김모(23·여)씨는 지난해 7월 한 포교 단체가 지원하는 1년 과정의 해외 봉사활동을 준비하다 주최측의 무리한 종교활동 강요로 참가를 포기했다. 김씨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처음 홍보와는 달리 봉사활동 참가를 위한 워크숍 과정 내내 종교 갖기를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반강제로 종교 활동에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김씨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난민돕기나 자선행사 등을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거의 대부분 활동이 성경 읽기·포교 활동 등 해당 종교 홍보로 짜여져 있었다.”면서 “선교 활동임에도 마치 봉사활동인 것처럼 홍보해 학생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해당 단체 관계자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종교적 색채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프로그램 지원자들에게 ‘종교적 목적의 봉사’라는 사실을 충분히 숙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활동 앞서 학교측과 상의를”

성공회대 사이버 복지센터 ‘늘푸른복지관’은 “최근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상업적·종교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단체가 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봉사단체를 선택하기 전 각 대학 사회봉사 담당자들에게 해당 단체의 성격과 활동 내용에 대해 반드시 문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생 공모전·인턴 정보공유사이트 ‘씽유’ 관계자는 “일부 단체의 경우 대학생에게 봉사활동 확인서는 물론 교통비 등 기본적인 활동비마저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면서 “대학생 커뮤니티 등 각종 사이트를 통한 충분한 정보 공유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7-06-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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