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울린 ‘장애인 선율’

국정원 울린 ‘장애인 선율’

박창규 기자
입력 2007-04-18 00:00
수정 2007-04-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은 민간인의 접근과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된 섬과 같은 곳이다.17일 적막감마저 감돌던 국정원 대강당에 애끓는 해금 선율이 울리더니 이내 색소폰과 키보드가 뒤따랐다.
이미지 확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브라스 앙상블’ 단원들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대강당에서 난타 공연을 하며 힘차게 북을 두드리고 있다. 국가정보원 제공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브라스 앙상블’ 단원들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대강당에서 난타 공연을 하며 힘차게 북을 두드리고 있다.
국가정보원 제공


낯선 손님들이 멋들어지게 첫 곡 ‘한오백년’을 토해내자 강당을 가득 메운 국정원 직원들이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국정원의 초청을 받은 서울 한빛맹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관악단 ‘한빛브라스 앙상블’. 국정원은 한빛맹학교 학생과 교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임직원 등 100여명을 이날 함께 초대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공연을 앞둔 ‘한빛브라스 앙상블’ 단원들의 표정은 다소 경직됐었다.‘난타북’ 주자인 전경호(20·시각장애 1급)씨는 “국정원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다.”면서도 “솔직히 무섭다기보다는 긴장된다.”며 연신 북과 채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기우였다.‘한오백년’으로 국정원 직원들의 넋을 빼놓은 이들은 흥겨운 라틴음악 ‘브라질’과 팝 명곡 ‘마이웨이’를 연달아 쏟아냈다. 객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복도까지 서있던 국정원 직원들은 감동을 받았고 이내 “앙코르∼”를 연호했다. 한빛브라스 앙상블이 기다렸다는 듯 재즈 명곡 ‘인 더 무드’와 트로트곡 ‘상하이 트위스트’를 연주하자 환호와 박수갈채로 강당은 떠나갈 듯했다.

국정원 직원 A씨는 “저도 부모된 입장에서 자식 같은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네요.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반성도 됩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연을 마친 트럼펫 주자 박인범(13·시각장애 1급)군은 “여기에 온다고 하니까 아빠, 엄마가 아무나 못 가는 곳이니 몸 조심하고 잘 갔다오라고 했어요. 연주를 끝내고 나니 이젠 어디서든 긴장 안하고 연주 잘할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난타북 주자인 심광보(36·시각장애 1급)씨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카메라는 안된다.’면서 휴대전화 카메라에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고 명찰도 달더라고요. 하지만 긴장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자랑스러웠습니다. 비장애인들이 못 오는 곳에서 공연을 멋지게 끝내니까 정말 기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임일영 박창규기자

argus@seoul.co.kr
2007-04-18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일상 및 업무 내 AI 서비스 활용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일상 및 업무 내 AI 서비스 활용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일과 대부분을 AI와 병행한다.
단순 참고용으로 간헐적 활용한다.
거의 활용하지 않거나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 우선이다.
지난 Poll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