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은 조선 세조 7년(1461) 불경인 능엄경을 한글로 옮긴 ‘능엄경언해’를 간행할 때 사용한 을해자(乙亥字)일 가능성이 큰 금속활자 30여개를 찾아냈다고 4일 밝혔다.
금속활자는 여러 차례 사용해 마모되면, 녹인 뒤 새로운 활자를 주조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임진왜란 이전 활자는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재정 역사부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최초의 금속활자인 계미자(1403년)나 세종시대의 갑인자(1434년)는 실물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을해자로 확실시되는 이번 유물을 제외하면 이전 금속활자는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려시대 것이라고 전해지는 한문 활자 2점이 남북한에 한 점씩 전하고 있으나, 출토지가 확실치 않고 수량이 워낙 적어 실제로 인쇄에 사용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중앙박물관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관청이나 왕실 등에서 주조한 것으로 보이는 수십만점의 금속활자를 소장하고 있다. 대부분 한자이며, 한글은 현재까지 모두 752점이 확인됐다. 을해자는 ‘능엄한글자’로도 불린다. 이 활자는 1481년 ‘두시언해’ 초간본,1482년 ‘금강경삼가해’를 찍을 때도 사용됐다. 을해자는 선조 초에 크게 보충주조(補鑄)가 이루어져 1573년 인쇄한 ‘내훈언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1588년 경서국역본 출판에 쓰인 ‘경서한글자’도 을해자와 기본적으로 일치한다.
따라서 을해자라도 1461년 무렵에 만든 것인지,1573년 보주했을 때 만든 것인지, 경서국역본을 만들 때 주조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금속활자 ‘힝’과 ‘횡’ 등에서는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면서 종성에 덧붙이는 음가없는 ‘ㅇ’이 보인다. 음가없는 ‘ㅇ’은 조선 전기에만 사용된 데다,‘힝’과 ‘횡’ 등은 다른 활자와 성분에서도 뚜렷이 다른 점을 보여 ‘능엄경언해’를 찍을 때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