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시위, 이렇게만 했으면…”

“도심시위, 이렇게만 했으면…”

이재훈 기자
입력 2006-11-27 00:00
수정 20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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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앞으로 밀착해서 차도로 나가는 걸 막아주세요. 질서유지대는 술 반입을 철저히 차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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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마친 뒤 집회장의 쓰레기를 자진 수거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마친 뒤 집회장의 쓰레기를 자진 수거하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주말인 25일 오후 1시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 소속 1000여명이 집회 참가자들(경찰 추산 2만 5000여명, 주최측 추산 6만여명)을 1m 간격으로 둘러쌌다. 입고 있는 연두색 형광조끼에는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이들은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관철 및 하반기 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면서 특별히 조직한 ‘질서유지 사수대’ 요원들. 시위대가 행사장을 벗어나 도로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인간장벽의 역할을 하면서 주류 반입과 상인들의 출입도 막았다.

폭력시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평화시위 공언’으로 관심을 모았던 한국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약속대로 질서 속에 차분히 치러졌다. 비폭력 평화시위 문화 정착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1996년 이후 10년 만에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늘 해왔던 가두행진을 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대회에서 “지난 9월11일 노사정 합의대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존중되지 않으면 내년 1월 무기한 총력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문제 해소를 위한 비정규 보호입법의 조속 처리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즉각 중단 ▲국민연금 개혁 추진 ▲산재보험 민주적 개혁 등을 요구했다.

경찰도 교통경찰 9개 중대만을 동원, 인근 교통을 통제하는 수준에서 개입을 최소화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옛 경기여고 자리에 진압경찰 12개 중대를 배치했지만 시위대가 볼 수 없는 곳에 대기시켰다. 차도로 나오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평소 줄지어 세워뒀던 이른바 ‘닭장차’ 차벽(車壁)도 볼 수 없었다.

일부 노조원들이 통제에 따르지 않고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이 3시간여만인 4시30분쯤 행사가 끝났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민주화 되기 전에는 정권에 대한 불만 때문에 국민들이 폭력 시위에도 호응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했다간 외면당할 뿐이다. 앞으로도 모든 집회와 시위를 평화적으로 열겠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을 지나던 시민 이언주(39·여·중구 신당동)씨는 “기존의 시위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만 급급해 폭력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런 평화시위는 정말 보기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소공동지점 신종훈 관리팀장은 “시위대가 스스로 질서유지인을 동원한 것부터 참 이례적이었다. 고객들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교통 흐름도 평소처럼 원활했다. 이런 문화가 속히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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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11-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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