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분리제출로 새달 본격 공판중심주의…“성급” 우려 목소리

증거분리제출로 새달 본격 공판중심주의…“성급” 우려 목소리

박경호 기자
입력 2006-09-27 00:00
수정 2006-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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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다음달부터 증거분리제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공판중심주의가 본격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증거분리제출은 기소할 때 공소장만 제출해 법관의 사건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고 재판정에서의 공방을 통해 유·무죄를 가린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아직 여건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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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26일 낮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정상명 검찰총장(가운데)이 26일 낮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법원 “인원·예산확보 문제 선결돼야”

일선 법원에서는 증거 분리제출로 재판의 장기화와 과중한 업무 부담을 우려하며 인원·예산확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피고인의 인권은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공판중심주의와 증거분리제출 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수사기록을 미리 보지 않아 예단을 피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사건 파악이 늦어지고 증거와 증인을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 등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나 증인의 진술을 법정에서 직접 처음으로 듣는 동시에 거짓말이나 사건의 핵심을 짚어내야 하기 때문에 재판 진행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예전에는 한 달에 합의부가 150여건을 맡기도 했지만 공판중심주의를 시도하면서 그 절반 정도인 70∼80건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안팎에서는 공판중심주의가 실현되려면 합의재판부의 적정 사건 수는 한 달에 50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결국 수사권 약화로 귀결”

검찰은 증거분리제출 확대가 자칫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수사여건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증거를 분리해서 제출하면 증거를 놓고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조서의 신빙성 등이 지금보다 엄격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증거분리제출의 전국 확대에 대해 “일선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분리제출로 대표되는 공판중심주의가 결국 검찰 수사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사법방해죄, 참고인 구인제도 등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검의 한 검사는 “법원에 제출하는 기록량은 같지만 분리해서 제출하는 만큼 업무량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분리제출 자체만으로는 공판검사 등의 증원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법정다툼이 증가하고 재판시간이 늘어나는 등 재판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검사의 증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법무부는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될 경우 재판시간은 현재보다 4.56배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형사법관과 형사법정도 늘어나야 하며 2005년 2월 기준으로 210명인 공판검사도 1843명으로 8배 넘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변호사 “피고인 진술만으로 변론 진행”

변호사들은 검찰의 증거분리제출 전면시행을 두고 ‘피고인의 방어권 약화’를 우려했다.

변호사들은 검찰이 유죄선고에 유리한 증거만 제출할 수 있고,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어 결국 피고인의 진술만으로 변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이백수 변호사는 “법률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자기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피고인도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기 때문에 변호인이 합리적 조언으로 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직접 사건조사나 증거조사에 추가적 노력을 들여야 하고 이는 곧 수임료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4월 검찰이 전국 18개 본청에서 증거서류를 분리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때도 증거개시제도가 함께 도입돼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증거개시제도는 공판이 열리기 전에 검찰이 갖고 있는 기록을 변호인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공판중심주의안에는 이미 증거개시제도가 들어 있지만 현재 검찰은 증거서류 목록만 제출하고 있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2006-09-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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