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폭우 비상] 안양천 둑 붕괴…전쟁터 방불

[장마 폭우 비상] 안양천 둑 붕괴…전쟁터 방불

이재훈 기자
입력 2006-07-17 00:00
수정 200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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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2동 물바다… 정전·가스공급 중단 주민 900여명 당산초등교에 긴급대피

16일 새벽 안양천변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루종일 물난리를 겪었던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일대는 이날 밤 8시12분쯤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큰 피해는 입지 않게 됐다.


이날 아침 제방이 무너지면서 양평동 인근 골목길들은 일찌감치 역류한 흙탕물이 콸콸 넘쳐 흘러 어디가 강이고 길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게 바뀌어 버렸다. 일부 주택가 도로는 사람 가슴까지 물이 차 올라 주민 이동이 통제되기도 했다.

양평교 바로 아래 안양천 제방 20여m가 무너지면서 인근에 위치한 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으로 하천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건 이날 오전 5시48분쯤.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양평2동 한신아파트 주민들은 “안양천이 무너졌다.”는 관리실 방송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던 승용차를 인근 노들길 등으로 옮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당산동·문래동 저지대 주민들도 방재당국이 오전 8시30분쯤 대피 준비령을 내리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낮 12시10분쯤 양평2동 1200여가구에 긴급 대피령이 발령됐고 5분 뒤부터 3000여가구에 도시가스와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오후 10시 현재 900여명의 이재민들이 관할 영등포구청에서 마련한 당산초등학교 임시대피소에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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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방재’  16일 내린 폭우로 서울 양평동 안양천 양평교 부근의 둑이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장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무너진 ‘방재’
16일 내린 폭우로 서울 양평동 안양천 양평교 부근의 둑이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장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신아파트 주민들은 슈퍼마켓과 제과점 등에서 라면과 빵 등 비상 식량과 부탄가스 등 생필품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상가 자영업자들은 자동차로 남은 물건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 옮기며 분주히 움직였다. 주민 황두연(49)씨는 “도시가스와 전기가 끊겨 양초와 손전등을 준비하고 식수도 미리 받아 놓았으며 아내에게 말해 밥도 미리 많이 지어 놓으라고 했다.9년째 이곳에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황선장(40)씨는 “오전 11시쯤 아파트 관리실에서 모든 물건을 빼라는 방송이 나와 물건을 옮기고 있는데 비상식량으로 빵을 사기 위해 몰린 주민들 때문에 아직 다 싣지 못하고 있다. 평소 두 배가량 빵이 팔렸지만 일부 물건은 버려야 해 피해도 크다.”고 말했다. 한신아파트 인근에서 인쇄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순만(40)씨는 “기계와 종이가 물에 잠겨 100억원 가량 손해가 났다. 시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번 사고 역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001년 12월 지하철 9호선 공사를 시작했다. 안양천을 가로질러 목동과 양평2동 쪽을 잇는 지하 터널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양쪽 제방을 헐어낸 뒤 지난해 8월에는 목동쪽, 올 4월 말에는 양평동쪽 제방을 콘크리트 벽돌로 복구했다. 하지만 양평2동쪽 물막이 공사가 허술하게 마무리되며 폭우로 수위가 높아진 안양천 물을 막아내지 못했던 것.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현장감리단 관계자는 “물막이를 위해 막아 놓은 콘크리트 벽돌이 아직 견고하게 마르지 않아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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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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