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계적 법적용’ 물의

경찰 ‘기계적 법적용’ 물의

유지혜 기자
입력 2006-06-17 00:00
수정 2006-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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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출입금지’나 ‘미성년자 출입금지’경고문을 달고 영업하던 비디오방 업주들이 무더기로 형사처벌될 뻔했다. 법문에 있는 ‘19세 미만 출입금지’와 다른 문구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경찰 단속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계적인 법적용 뒤에는 집중단속 기간을 맞은 경찰들의 실적주의가 숨어 있다.

‘만19세 미만…’은 되고,‘청소년…’은 안 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3월17일 ‘청소년 출입금지’ 문구를 내건 비디오방 업주 10여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청소년보호법과 시행령, 별표는 “청소년 유해업소의 업주 및 종사자는 ‘19세 미만 출입·고용금지 업소’라고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업주들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이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단속되기 전까지 업주들은 법문을 제대로 몰랐다. 또 이들이 ‘청소년 출입금지’ 문구를 붙였으니 청소년 출입을 시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비록 법을 정확하게 몰랐지만, 지킬 의사가 있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법상 미성년자는 20세 미만, 즉 업주들은 더 강한 규율을 적용해놓고도 경찰 단속에 걸린 셈이다.

업주들 “이런 일이 한두번인가” 체념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지옥과 천국을 오간 업주들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들 상당수는 자신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디오감상실협회에서 제작한 경고문구를 부착했다. 협회 관계자인 임모씨는 “업주들은 비디오방 출입금지 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하자고 주장해왔다. 논란이 있어 업주들에게 불리한 청소년보호법 규정대로 경고문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법문과 다르다며 단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기소의견을 낸 이유에 대해 “법문에 그렇게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이어 “경고문에서 ‘청소년’이라는 부분보다는 ‘고용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자 했다.”면서 “단속에 앞서 검찰의 지휘를 받고 청소년보호위원회 자문도 구했는데, 이들 모두 단속이 가능하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업주들에게 시정하라고 주의 조치를 한차례도 취하지 않고 곧바로 단속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그랬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들이 기소의견으로 낸 사건이 보름 전쯤 모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똑같은 단속과 업주들에 대한 검찰 송치, 무혐의 처분의 과정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집중단속 기간에 실적경쟁 붙었다”

단속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올해 초 스쿨존·유흥업주 단속방침을 시달받고, 실적경쟁이 붙었다.”면서 “실적쌓기 때문에 기계적인 단속을 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실제로 업주들이 입는 피해는 경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건에 관련된 업주들은 경·검찰에서 각각 한두차례씩 조사받았다. 오며 가며 품을 판 것은 둘째치고 그나마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다행이라며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홍희경 유지혜기자 saloo@seoul.co.kr

2006-06-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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