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정작 구성원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지금도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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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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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고려대 총장
고려대 어윤대(61) 총장은 세상은 바뀌는데 혼자서 바뀌지 않겠다고 버티는 안이한 현실인식이 안타깝다며 다소 무겁게 개교 101주년 소회의 운을 뗐다.101주년 기념일(5일)을 이틀 앞둔 3일 어 총장을 만났다.
어 총장은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고려대의 역사에서 가장 과감한 개혁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 총장 취임 전에 군대에 갔다가 최근 복학한 학생들은 ‘민족고대’와 ‘글로벌KU’ 사이에서 문화적 충격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개혁을 추진하면서 걱정되는 부분은 단결력·의리·우직성이란 고려대의 전통적인 특징과 세련화·국제화라는 새 시대의 지향점간에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 사이의 장점이 충돌하지 않도록 융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대와 함께 사학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연세대에 대한 비교를 부탁하자 어 총장은 “대부분 단과대에서 올해 고려대 입학생들의 점수가 연세대보다 더 높았다.”고 말했다. 또 학생 수나 경영대학원(MBA) 이수자 수에서는 이미 서울대 경영대를 앞질렀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을 경쟁 상대로 생각할 시점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내 대학간 커트라인 1,2점 차이는 그저 자존심의 문제일 뿐이지 본질은 아니지요. 우리의 목표는 외국의 대학과 학생들 사이에 고려대가 우뚝 서는 것입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 여름학기에 미국 학생이 27명 유학왔는데 올해는 650명이 올 예정입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러 오는 대학, 이것이 상징적인 국제경쟁력이지요.”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등록금 인상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해보자고 한다.“미국 예일대의 등록금이 연간 3만달러(약 3000만원) 수준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8000달러(약 800만원) 밖에 안됩니다. 감정을 앞세워 무조건 비싸다고만 할 게 아니라 세계 일류대를 향한 전략적 관점에서 사고를 해야 합니다. 등록금은 현실화하는 대신에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오는 12월 퇴임 후 거취와 관련 “어떻게든 고려대를 위해 고부가가치가 나오는 일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치는 능력도 안되고 절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차라리 행정 분야라면 모를까….”어 총장은 금융통화운영위원, 국제금융센터 소장, 공적자금관리위원 등 금융관련 공직을 두루 거쳤으며 얼마 전까지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도 거론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3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때쯤 영국 옥스퍼드, 프랑스 소르본, 독일 훔볼트에 뒤지지 않는 국내 최고 대학 자리를 고려대가 차지하고 있어야 합니다.”자칭 ‘고려당 당수’인 어 총장은 남은 임기 7개월여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6-05-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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