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초이동 20번지 건물 3층. 아이는 화재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뒤뚱거리며 돌아보다 힘이 드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망연자실해 서 있던 엄마는 황급히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원기(8)는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란 병을 앓고 있다. 국내에 환자가 1000여명밖에 없는 희귀병이다. 단백질 결핍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팔·다리 등의 근육이 굳어지는 병으로, 통상 5∼6세에 발병한다. 차차 걸음걸이가 이상해져 10∼12세부터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국내 1000명뿐인 희귀병 ‘진행성 근이영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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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결핍으로 근육이 굳어지는 희귀병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홍원기(왼쪽)군이 엄마와 함께 지난달 불에 타버린 경기도 하남시 초이동 집 앞에서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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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결핍으로 근육이 굳어지는 희귀병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홍원기(왼쪽)군이 엄마와 함께 지난달 불에 타버린 경기도 하남시 초이동 집 앞에서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03년 말 엄마 김오숙(40)씨에게 유치원에 다니는 원기가 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넘어진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큰 병원을 찾으라고 했다. 이혼하고 식당에서 하루 11시간씩 일하며 받는 월급 110만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오던 김씨에게 내려진 종합병원의 진단은 절망이었다.
“대신 아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식당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갖다주다 밥상에 눈물을 쏟기도 했지요.”
김씨는 원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식당 일을 접었다. 집에서 4㎞ 정도 떨어진 상일초등학교에 아이를 혼자 보낼 수가 없는 데다 아이를 업고 다니다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로 등록해 월 62만원씩 받아 생활비로 쓴다. 지난해 9월 구청에서 전세자금 1000만원을 대출받아 17평짜리 가건물에 거처를 마련했다.
●대출 전세금 1000만원 받아낼 길 막막
하지만 또 다른 불행이 원기네를 덮쳤다. 지난달 25일 김씨는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원기의 소원대로 경남 사천시에 있는 비행기 박물관에 원기를 데려갔다. 처음으로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아온 데 대한 보상이었다. 원기가 각종 비행기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던 그날 오후 6시50분쯤 집 뒤쪽에 있는 봉재 창고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원기네를 덮쳐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지금은 김씨 친정집에서 임시로 살고 있다. 집주인도 화재로 7억∼8억원을 손해 봐 전세금을 바로 돌려받기 어렵다. 올 9월에는 대출받은 전세자금을 갚아야 해 앞길이 더욱 막막하다.
“불이 났을 때 집에 없어 다치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죠.” 힘 없이 고개를 떨구는 김씨의 얼굴을 원기가 조용히 쓰다듬는다. 원기 후원계좌는 농협 560-17-002612(예금주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04-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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