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가요도 흥얼흥얼 ‘친한파 교수님’

60년대 가요도 흥얼흥얼 ‘친한파 교수님’

윤창수 기자
입력 2006-03-13 00:00
수정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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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 윤창수특파원|호주의 수도라지만 인구가 고작 30만명에 불과한 캔버라에서 주한미군 8군쇼와 60년대 한국 가요 마니아를 만난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너무 귀엽지 않아요? 하나도 촌스럽지 않아요.”

한 달 전 호주국립대(ANU) 한국학과 교수로 부임한 로알드 말리양카이(39)는 애플 컴퓨터에 잔뜩 저장해 놓은 우리 가요 MP3와 동영상 가운데 윤항기의 ‘노래하는 곳에’를 클릭해 보여줬다. 흑백 동영상에선 경쾌한 리듬에 실려 “노래하는 곳에 사랑이 있고…”란 가사가 흘러나왔다. 그는 어렸을 때 고향에서 듣던 노래와 비슷하다며 “소리가 무척 자연스럽다.”고 좋아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말리양카이는 음악과 각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이화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틈틈이 청계천과 답십리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레코드판을 사모았다.

민속음악학자인 이보형 교수와 신중현씨를 만나 도움을 얻었다. 그가 1960년대 한국 가요에 깊은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태어난 때이기도 하거니와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 찼던 그 시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록 가난했지만 새로운 기운이 들끓던 시대의 한국 가요는 순수한 소리와 진실성이 가득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일제시대 우리 가요에는 요즘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 에너지가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과 런던대 소아즈(SOAZ) 한국학연구소에서 일제시대 항일 민요와 인간 문화재에 대한 논문을 썼다.

일년에 네 차례는 한국을 반드시 찾는 말리양카이는 우리 영화광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 영화가 전년에 비해 후퇴했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보탰다. 그가 최고로 꼽는 작품은 ‘로드무비’‘고양이를 부탁해’‘올드보이’ 등이었고 지난해 나온 ‘친절한 금자씨’는 ‘올드보이’보다 못했다는 평도 곁들였다.

앞으로 한국 대중문화와 한류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 말리양카이는 한류가 머지않아 식을지도 모른다는 한국인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조언을 했다.

“한류를 통해 돈을 벌려고 덤벼들어선 안 돼요. 오직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해요. 그러면 한류는 더욱 확장될 것이고 저절로 돈도 벌 수 있어요.”

geo@seoul.co.kr

2006-03-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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