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사 꿈 펼치지도 못하고…

영어교사 꿈 펼치지도 못하고…

나길회 기자
입력 2006-03-13 00:00
수정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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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당뇨병을 앓아온 소녀 가장이 죽은 지 20여일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서강대 국제언어학부 입학이 예정돼 있던 문모(19)양이 서울 구로구 궁동 D빌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10일 오후 7시45분.

며칠째 통화가 안 된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문양의 오빠(22)가 회사 사장과 집을 찾아갔을 때 동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경찰은 문양이 지난달 17일 오후 4시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했고 시신 상태로 보아 사망한 지 20여일쯤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양은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었지만 영어 선생님의 꿈을 갖고 공부한 끝에 지난해 9월 수시모집에 합격, 대학 근처에 새 집을 얻고 이사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2001년 당뇨로 숨졌고 어머니는 정신지체 1급으로 따로 사는 등 사실상 소녀가장이었다. 그나마 함께 살던 오빠도 지난 1월 택배회사에 취업해 집을 나와 있어 홀로 죽음을 맞았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문이 안에서 잠겨 있던 점으로 미뤄 이삿짐을 싸던 중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6-03-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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