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무사고 운행… 계속 달리겠다”

“12년 무사고 운행… 계속 달리겠다”

입력 2006-03-08 00:00
수정 200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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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있는 한 (운행을)멈추지 않을 겁니다.”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이 29일 3000회를 기록한다.1994년 5월14일 첫 운행 이래 12년 만의 결실이다. 독일 그립스극단의 원작을 바탕으로 1990년대 한국사회의 그늘진 삶을 그려낸 ‘지하철1호선’은 그간 300여명의 승무원(배우, 연주자, 스태프),60여만명의 승객(관객)을 실어나르며 대학로 소극장뮤지컬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장기 무사고 운행의 기록 뒤에는 ‘김민기(55)’라는 탁월한 기관사가 있다. 지금까지 모든 공연이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7일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만난 그는 “1000회 때는 2000회가,2000회 때는 3000회 공연이 꿈만 같았다.”면서 “남들에겐 똑같은 공연을 수천번씩 하는 우리가 미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젊은 친구들이 이 공연을 보고 희망의 불씨를 키운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공연 횟수 말고도 ‘지하철1호선’이 갖는 의미는 크다. 소극장 뮤지컬로는 드물게 5인조 라이브밴드를 무대에 세우고, 더블캐스팅과 스타캐스팅을 배제하는가 하면 외국인 관객을 위한 자막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독일 초청공연을 비롯해 해외 공연도 40여차례 다녀왔다.

공연 때마다 철저하게 오디션제도를 고집하고,‘지옥훈련’이라 불릴 만큼 엄격한 배우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설경구, 방은진, 황정민, 조승우, 장현성 등이 ‘지하철1호선’ 출신이다.

김민기 대표는 “배우는 모국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배우들에게 늘 한국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배우가 되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지하철1호선’은 90년대 문민정부,IMF 등을 거치며 달라진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왔지만 2000년 들어서는 작품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지하철1호선’은 90년대 후반 한국사회의 과거 기록으로 남겨두고 2000년대는 다른 그릇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1995년 초연한 뮤지컬 ‘개똥이’를 개작한 ‘날개만 있다면’을 10월 공연할 예정이다.

3000회 기념공연은 28∼30일 3일간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역대 배우 9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06-03-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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