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천국’ 코리아] (중) 브로커는 ‘오뚝이’

[‘브로커 천국’ 코리아] (중) 브로커는 ‘오뚝이’

입력 2006-03-02 00:00
수정 2006-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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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한 번 적발되더라도 몇 년 뒤 다른 사건으로 다시 등장하곤 한다. 윤상림씨도 그랬고, 법조브로커 김모씨와 박모씨 등도 마찬가지다.

한번 브로커는 영원한 브로커

윤씨는 지난 1997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당시 폭력조직 부두목의 형에게 접근해 “판·검사를 잘 알고 있으니 동생을 석방시켜 주겠다.”며 5000여만원을 뜯어냈고, 축산업자들한테는 군납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4000여만원어치의 돼지 등을 제공받았다. 그런 윤씨는 8년 동안 오히려 인맥을 넓혀가며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희대의 브로커’로 다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경기도 부천 범박동 ‘신앙촌 재개발 비리’로 처벌받은 법조브로커 김모씨도 재작년 같은 지역의 이권사업과 관련, 업체의 청탁을 받고 관공서에 로비를 한 혐의로 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해당 업체 사장은 “김씨가 법조계 등에 발이 넓다고 소문이 나 고용했는데 효과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브로커 박모씨는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의 장본인인 진씨가 구명로비를 벌일 때 진씨측으로부터 법조계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았지만 최근 금융업체로부터 수백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 때문에 수사기관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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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입은 ‘자물쇠’

브로커의 재등장은 브로커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증거다. 군인단체 관련 브로커를 수사했던 한 검사는 “브로커는 절대 돈을 누구에게 줬는지 얘기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도 나와서 또 비슷한 밥벌이를 찾아야 하는데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말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게 입을 닫은 채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사람들은 ‘저 사람은 믿을 만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브로커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검사는 “브로커 수사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현금으로만 주고받아 계좌추적에도 나오지 않고, 진술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아니지만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경우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정씨는 검찰 수사와 한보청문회 등에서 로비 대상에 대해 “모른다.”만 연발,‘모르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모 건설브로커는 “브로커의 생명은 절대 돈을 주고받은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나름대로의 직업윤리다.”라고 말했다.

“돈 명목은 채권·채무”

브로커들은 수사 과정에서 설령 계좌추적 등을 통해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도 언제나 채권·채무를 정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때로는 가짜 차용증까지 등장한다. 윤씨 역시 돈거래 사실이 나오면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뒤 해당 인사들을 회유, 비슷한 진술을 유도하고 있다. 어차피 브로커들에게 돈을 건넨 인사들은 브로커들과의 돈거래 내용이 켕기는 상황이어서 브로커들과 같은 입장에서 수사에 임하기 때문에 브로커 수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돈거래 명목과 행방 등을 밝히는 것은 오롯이 수사팀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같은 브로커의 특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재작년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1021명 가운데 전과가 있는 사람은 모두 483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전과9범 이상이 13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과 1범이 8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시 말해 브로커로 적발되는 사람은 초범이거나 아예 브로커로 뼈가 굵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 특수부 검사도 “사실 브로커로 걸리는 사람은 초짜라고 봐도 된다. 브로커로 한번 걸리면 다음부터는 준비를 철저히 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담당했던 한 판사는 “직업 브로커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직업’을 바꾸지 않는다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관련된 얘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조팀 newworld@seoul.co.kr
2006-03-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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