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회의실.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전래놀이 자치기와 팽이치기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마술 할아버지´ 김주명(사진 왼쪽·70·안양)씨와 ‘컴도사 할머니´ 정정수(오른쪽·69·경기 일산)씨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팽이채를 들었다. 두 사람은 2003년 7월부터 센터 동화마당팀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봉사를 해 왔다.2인1조 10개 팀이 한 달에 두 차례 안양시내 아동보육시설 80곳을 돌며 공연하는 동화마당팀에서 2년 이상 따로 활동해 오다 지난해 10월 처음 파트너가 됐다. 불과 3개월 남짓이지만 부부라고 해도 믿을 만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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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김씨는 2000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모집하는 평생교육봉사단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스로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금빛봉사예술단을 결성, 정신요양원 등에서 지금까지 270여차례 공연을 했다. 그는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뒤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무료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입은 은혜를 되갚아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3년 전 마술까지 배웠다. 빈 모자에서 꽃을 꺼내고 신문지로 눈가루를 만들고, 손으로 불꽃을 다루는 정도는 이제 거의 실수 없이 해낸다.
공무원 출신인 정씨는 컴퓨터 다루는 실력이 수준급. 김씨가 시를 써 오면 정씨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카드를 만들어 공연에 활용한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도 컴퓨터 활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준 게 계기가 됐다. 안양에서 일산으로 이사하면서 한번 나오려면 차 안에서만 왕복 4시간이 걸리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자원봉사의 기쁨을 생각하면 더한 거리라도 상관없지요.”
구연용 동화를 새로 배우면 완전히 익히지 않고서는 좀체 잠자리에 들지 못할 정도로 ‘중독’이 돼 버렸다. 이런 노력 덕에 두 사람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두 사람이 특히 좋아하는 동화구연극은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사슴과 원숭이’와 ‘할머니와 돼지’.
정씨는 “핵가족화로 할아버지·할머니와 접촉이 많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정서적,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로 분장을 했더니 아이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아마 젊은 친구들이 분장했더라면 금방 알아챘을 것”이라면서 “우리 세대가 할 일이 있음을 그런 때 절감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2006-01-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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