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vs 혐연…인권위 누구편?

흡연 vs 혐연…인권위 누구편?

입력 2005-05-06 00:00
수정 2005-05-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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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의 폐해를 둘러싼 시비가 ‘인권보호’ 차원에서 다뤄지게 됐다. 주위 사람이 뿜어대는 담배연기를 억지로 마시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한 사회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간접흡연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인권위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미 한 차례 “흡연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 인권위가 이번 사안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간접흡연 불평하면 “직장 그만두라” 폭언 일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직장 내 간접흡연은 인권침해”라며 “금연지역 확대 등 흡연규제를 더욱 강화해 달라.”는 진정서를 지난달 29일 인권위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협의회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소규모 빌딩이나 식당, 다방, 술집 등 종사자들은 간접흡연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직장상사나 건물주 또는 고객의 흡연에 대해 불평하면 직장을 잃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에 접수되는 민원의 70% 이상이 직장 내 간접흡연 문제”라면서 “특히 임신한 아기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를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진숙 사무총장은 “임신부의 간접흡연은 본인뿐만 아니라 태아에 대한 인권침해이기도 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장에서는 ‘담배 연기가 싫으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폭언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헌재는 혐연권 인정… 인권위 “금연건물 반대”

이미 흡연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금연’쪽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애연가 허모씨가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은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담배를 피울 권리보다 담배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우선한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2003년 5월 인권위가 입주해 있는 서울 무교동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반대견해를 나타냈다. 당시 인권위는 “흡연자가 금연자보다 소수이지만 흡연자의 담배 피울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며 건물 내 흡연실 만드는 것을 결정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한국담배소비자연맹이 “흡연권을 보장해 달라.”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인권위의 업무범위가 아니다.”라며 각하했다.

●5년째 지속되는 담배소송

2000년 회사원 김모씨가 직장 내 간접흡연으로 천식이 악화돼 사망하자 유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담배의 영향을 받기 어려운 근무 환경”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흡연과 관련해 처음 소송이 제기된 것은 1999년 9월. 부산에 사는 김모(당시 56세)씨는 “36년간 담배의 해악을 잘 모른 채 습관적으로 흡연해 오다 결국 폐암에 걸렸다.”면서 국가와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또 다른 폐암환자 김모(당시 57세)씨 등 6명의 흡연자와 가족 등 31명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5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 건 모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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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5-05-06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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