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고 비리’ 동문경찰이 파헤쳐

‘문일고 비리’ 동문경찰이 파헤쳐

입력 2005-02-25 00:00
수정 2005-02-2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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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교사는 물론 교장·교감까지 개입,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고 학생 답안지를 위조한 서울 금천구 문일고 성적조작 사건은 문일고를 졸업한 경찰관의 집요한 추적 끝에 24일 전모가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수사과 박세인(34) 경장은 지난달 중순 문일고 관계자로부터 “배재고 대리답안 작성과 비슷한 부정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모교의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지난 2001∼2002년 비리 연루자들이 형사고발되지 않은 사실을 수상히 여긴 박 경장은 모교 은사들을 상대로 탐문을 벌여 당시 사건이 교사들의 사직서를 받는 수준에서 유야무야된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이들이 아직도 군포와 의정부 등지의 학교에서 버젓이 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심지어 일부 교사는 문일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박 경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미 2년이 지나 난항을 거듭하던 수사에 숨통이 트인 것은 당시 성적을 조작한 학생을 직접 만난 뒤였다. 박 경장은 “선배로서 더 이상 마음의 짐을 갖고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설득한 끝에 금품 수수 사실을 캐냈다. 교사들이 시험감독관의 사인을 위조해 답안지를 조작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흘에 걸쳐 당시 1·2학년 전교생의 OMR답안카드 20만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학부모의 통장계좌 등 물증을 확보한 뒤 소환 조사한 연루 교사들 가운데는 박 경장이 학창시절 직접 공부를 배운 은사들도 끼여 있었다.“웬지 낯이 익다.”는 ‘피의자’들의 말에 가슴이 아팠지만, 그럴수록 더 엄하게 혐의를 추궁했다. 그는 “은사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때 심정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느냐.”면서 “하지만 돈으로 성적과 표창장을 산 후배들 때문에 피해를 본 다른 후배들을 생각하며 부정을 낱낱이 파헤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문일고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학부모회 부회장 구모(45·여)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학생 성적을 조작해준 김모(48)씨와 수학교사 정모(42)씨 등 2명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구씨 등 학부모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성적조작을 지시했다가 지난 12일 미국으로 달아난 당시 교장 김모(55)씨의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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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2005-02-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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