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선발 서울대 새내기들 “신고합니다”

지역균형선발 서울대 새내기들 “신고합니다”

입력 2005-02-05 00:00
수정 2005-02-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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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고등학교 선배 없나요.”

올해 서울대가 첫 실시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합격한 곽한나(19·목포 혜인여고 3년)양은 지난 1주일 동안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학교측이 마련한 영어·수학 특별강좌를 듣기 위해 상경한 곽양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보다 살뜰하게 챙겨줄 고교 선배가 없다는 점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기초학력 특강 들으며 서울체험

서울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지역균형선…
서울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지역균형선… 서울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합격해 기초학력 특별강좌를 수강한 곽한나·이수정·정한솔(왼쪽부터)양.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강좌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하루 최고 8시간씩 실시됐다. 학교측이 수시합격자 978명을 대상으로 치른 기초학력 평가에서 기준에 미달한 120여명이 대상이었다. 지방 출신 62명은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기숙사 신세를 졌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지역균형선발로 합격한 학생들이었다.

인문학부에 합격한 곽양은 “모교에서 36년 동안 19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면서 “지난 3년 동안에는 한명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곽양은 “선배들의 사진이 학교에 걸려 있는데 마지막 남은 자리에 내 사진이 걸리게 됐다.”며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경하기 전 자부심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낯선 학교생활에 도움을 청할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곽양은 저돌적인 성격으로 ‘역경’을 헤쳐나간 사례. 동아리방을 기웃거리며 출신고교를 따지지 않고 다짜고짜 인문학부 선배를 찾아 학교생활이나 교양과목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곽양은 그렇게 만난 한 선배가 ‘후배! 겨울을 알차게 보내길’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어색했지만 큰 관문 하나를 뛰어넘은 기분”이라고 웃음지었다.

개교 48년…첫 서울대 입학

경남 충렬여고를 48회로 졸업하는 김혜진(19·인문학부)양은 지역균형선발로 개교 이래 첫 서울대생이 됐다. 통영시내 일대 10여곳에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릴 만큼 ‘일대 사건’이었지만, 김양은 긴장감이 앞선다.

경기 평택의 언니집에서 강의실을 오간 김양은 “3시간이 넘는 통학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지역 출신이 하나도 없어 학교에 정을 잘 붙이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김양은 “탤런트 김혜자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라.’는 수필집을 본 뒤 수필가를 꿈꾸고 있다.”면서 “도움을 받을 선배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챙겨주고 싶어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학업과 학교생활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이번 겨울 내내 영어와 한자 등을 공부하고 요가를 익히고 있다.

동대문 시장 쇼핑하다 어리둥절

간호학과에 합격한 전북 김제 덕암고 출신 장은현(19)양은 지금까지 서울나들이가 다섯손가락에 꼽힌다. 장양은 “우리 학교에서 몇년 만에 서울대에 입학하게 됐는지 잘 모를 정도”라면서 “고향에서는 서울대에 붙었다고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지만, 막상 서울에 올라와 보니 낯설게 느껴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장양은 “기숙사 친구들과 밤에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하는데 마치 외국인처럼 어리둥절해하는 바람에 핀잔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장양은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사귄 새 친구들과 거의 매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몇몇 친구와는 봉사활동 모임을 만들자며 의기투합까지 했다.

인터넷 카페를 탈출구 삼아

경기 남양주시 심석고에서 13년 만에 처음 서울대에 합격한 정아담(19)양은 학교생활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서울대 05학번들의 모임’이라는 다음 카페를 최대한 활용한다.‘04학번’ 학생들이 후배 신입생을 위해 마련한 이 카페는 현재 회원수만 3148명에 이른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실시한 첫해라 아직 이들만을 위한 인터넷 공간은 없지만, 조만간 ‘맞춤형 카페’가 마련될 전망이다. 정양은 “이번 특강에서 난생 처음 외국인 교사에게 영어를 배워 처음엔 긴장했다.”면서도 “서울대에 가도 기죽지 말라는 고교 선생님들의 말에 따라 맹렬하게 대시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02-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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