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환자들의 희망 전도사 조엘 소넨버그 방한 특강

화상환자들의 희망 전도사 조엘 소넨버그 방한 특강

입력 2005-01-21 00:00
수정 2005-01-2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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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보다 내가 더 아픈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이 잃었기에 더 많이 줄 수 있었습니다.”

전신화상을 극복한 미국인 조엘 소넨버그가…
전신화상을 극복한 미국인 조엘 소넨버그가… 전신화상을 극복한 미국인 조엘 소넨버그가 20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어린이 화상환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자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노인센터. 여느 사람과 ‘다른’ 외모를 가진 한 청년이 강단에 섰다. 주인공은 어렸을 적 교통사고로 전신의 88%에 3도 화상을 입고 50여차례의 수술을 받은 끝에 살아남은 미국인 조엘 소넨버그(26). 강당을 가득 채운 화상환자·가족과 의료진 등 100여명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가 겪은 고통에 대해 물었지만, 조엘은 입술이 없어 벌어진 입으로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날 강연과 문답의 통역은 조엘의 한국인 친구 전자연(27·여)씨가 맡았다.

생존 가능성 10%…“바라던 것 이상” 희망 안 버려

조엘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생후 20개월째 되던 1979년. 가족과 바닷가로 휴가를 즐기러 가는 길에 40t 트럭이 뒤에서 차를 들이받았다. 유아용 의자에 앉아 있던 조엘은 기저귀를 차고 있던 부분만 빼고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화마는 조엘의 두개골까지 파고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가락과 발가락, 눈꺼풀, 코, 입, 귀가 떨어져 나갔다. 의사들은 생존 가능성이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숯덩이가 되어 버린 조엘을 지켜본 그의 부모는 오히려 바라던 것 이상의 가능성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엘은 “어릴 적 기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붕대로 감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드레싱을 했던 것밖에 없다.”면서 “내가 모든 것에 있어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준 부모가 없었다면 그 외로운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기대대로 농구, 야구, 산악자전거, 사격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해 성공했고,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는 학생회장으로 뽑혔다.”면서 “농구를 할 때 드리블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손을 휘두르면 놀라 피하는 것을 이용해 수비수로 활약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증오는 비극만 나을 뿐”…사고운전자도 용서

그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분노와 증오가 아니라 용서와 희망을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학 시절 경찰로부터 뺑소니친 트럭운전사를 잡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트럭운전사는 불륜 관계의 여성이 타고 있던 차를 일부러 받았고, 그 때문에 조엘 가족의 승용차 등이 연쇄추돌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조엘은 “하지만 나와 가족은 법정에 나가 그를 용서한다고 얘기했다.”면서 “그가 준 불행보다 내 가족이 보여준 사랑이 더 컸기에 그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남은 삶 동안 증오를 가지고 살고 싶지 않았다.”면서 “한 사람을 증오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 집중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흉터는 나를 기억하게 하는 큰 기회”

조엘은 그를 보고 놀라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했느냐는 환자들의 질문에 “어떤 사람도 나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므로 당황하거나 놀라는 것은 내 책임”이라면서 “내가 그들의 반응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수억번이 넘게 받고도 처음인 것처럼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흉터는 사람들이 한번 보면 나를 잊지 못하도록 하는 큰 기회”라면서 “그래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엄지손가락밖에 없지만 글씨도 쓸 수 있고, 운전도 할 수 있으니 필요한 건 다 갖고 있다.”면서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여러분이 무슨 일을 겪든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해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눈을 보고 미소지은 뒤 ‘안녕’이라고 말하라.”고 환하게 웃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01-2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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