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50대 주부가 엿새 만에 같은 버스에서 60대 용의자를 찾아내 경찰에 넘겼다.
송동순 씨 송동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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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순 씨
송동순 씨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사는 주부 송동순(52)씨가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쯤. 부산에 있는 언니 집에 내려가기 위해 집 앞에서 751번 버스에 오른 송씨는 서울역에 도착한 뒤에야 가방이 가벼워진 것을 눈치챘다. 현금 20만원이 든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송씨는 순간 버스에서 옆에 서있던 머리가 벗겨지고 안경을 쓴 60대 남성이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피해품과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신고했다.
하지만 현금은 물론이고 지갑 안에 함께 넣어둔 통장과 돈을 빌려줬던 사람들의 이름을 메모해 놓은 종이까지 잃어버린 송씨는 분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다가 직접 범인을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엿새 뒤인 22일 소매치기를 당한 비슷한 시간대인 오전 9시 35분쯤 송씨는 또다시 751번 버스에 올랐다. 송씨는 “상습 소매치기라면 재미를 본 곳에서 또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갑에는 미리 준비한 10원짜리 동전 150개를 넣고 지갑 지퍼는 일부러 열어 놓았다. 누군가 훔치려고 손을 대면 동전이 떨어져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꾸몄다. 또 소매치기를 유인하려면 지갑이 묵직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달력 종이를 만원 짜리와 같은 크기로 잘라 만든 ‘가짜 지폐’ 15장도 지갑 안에 넣어뒀다. 버스에 올라탄 지 15분 정도 지났을까. 연희교차로를 지날 즈음 누군가 가방에 손을 대는 느낌이 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갑에 들어 있던 동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버스 바닥에 쏟아졌다. 송씨는 이를 놓치지 않고 “여기 소매치기가 있다.”고 소리를 질렀고, 버스기사는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가장 가까운 신촌지구대로 향했다.
지갑에 손을 댄 사람은 바로 송씨가 용의자로 지목했던 이모(62)씨. 이씨는 경찰에서 엿새전의 소매치기는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버스의 폐쇄회로(CC)TV를 판독한 결과 당시 버스에도 이씨가 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2004-11-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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