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誤記 법전’ 10년째 효력

‘誤記 법전’ 10년째 효력

입력 2004-08-12 00:00
수정 2004-08-1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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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가 1994년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내용을 관보에 불명확하게 올려 잘못된 법률이 10년동안이나 법제처 홈페이지와 법전에 실렸다.법원도 틀린 법전을 인용,판결해 아들을 군대에서 잃은 아버지가 5년 동안 치료비도 못받았다.

1999년 5월 군에 입대한 서모(49)씨의 아들은 과속으로 달리던 트럭을 피하려다 허리를 크게 다쳤다.골수이식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고 치료비는 9000여만원이나 나왔다.다행히 2001년 3월 국가유공자로 결정됐다.서씨는 국가보훈처에 아들의 의료비를 청구했지만 “국가유공자법이 가료비(치료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며 거절했다.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냈지만,같은 이유로 기각됐다.서씨는 이번에 서울시에 청구했다.그러나 “관련 법규정상 가료비는 국가의 책임”이란 엇갈린 답변을 들었다.

변호사를 통해 법제처에 사실을 조회한 결과 사건전말이 드러났다.1994년 국회는 국가유공자법 42조 3항을 ‘가료비는 국가가 부담한다.지자체의 의료시설의 경우 지자체가 일부 부담한다.’고 개정했다.당초에는 ‘가료비는 국가가 부담한다.지자체 의료시설의 경우에도 국가가 부담한다.’고 돼 있었다.

국회는 법안을 의결한 뒤 구체적인 설명없이 ‘42조3항의 국가를 지자체로 바꾼다.’고만 법제처에 통보했다.개정전 법조항에는 ‘국가’가 두차례 나오는데 어느 쪽을 바꾸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법제처도 확인없이 그대로 관보에 실었고,법전출판사들과 법제처 인터넷 홈페이지는 결국 헷갈려 엉뚱한 ‘국가’를 ‘지자체’로 바꿔버렸다.‘가료비는 지자체가 부담한다.지자체 의료시설의 경우 국가가 일부 부담한다.’고 법전에 실은 것이다.잘못된 법률은 10년 동안 유지됐고,국가유공자 유족들이 이 법전에 따라 재판을 받아왔다.

사실을 알게 된 서씨는 11일 1억여원의 가료비 및 5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양소영 변호사는 “지난 4월말까지 법제처 홈페이지는 잘못된 법조항이 싣고 있었다.”면서 “서씨 이외에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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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4-08-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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