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삼킨 한국

울음 삼킨 한국

입력 2004-06-24 00:00
수정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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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살고 싶다.”고 절규하던 김선일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비보가 전해진 23일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김씨가 졸업한 한국외국어대에는 김씨의 분향소가 마련됐고 각계각층의 애도와 규탄성명이 이어졌다.인터넷 각 사이트마다 김씨의 사진과 근조리본(▶◀)이 걸리는 등 추모카페와 사이버 빈소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네티즌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지난 23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 소공원에서 …
지난 23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 소공원에서 … 지난 23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 소공원에서 열린 ‘김선일씨 추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파병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안티 이라크’ 사이트가 속속 개설되면서 ‘반 이라크’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홈페이지가 이날 오전 3시간 정도 다운된 것으로 알려졌다.또 아랍계 일부 사이트와 김씨의 참수 장면 공개 의사를 밝힌 해외 사이트에 대해서도 국내 네티즌들의 해킹과 서버 공격이 시작됐다.

새벽녘에 피살 소식을 들었다는 주부 최혜영(46·서울 대림동)씨는 “충격과 안타까움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면서 “조국을 끝까지 믿고 도움을 기다렸을 고 김선일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고시생 김종헌(29·경기도 과천시)씨는 “이라크 무장단체의 행동은 잔혹한 범죄행위 이전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비겁한 행위로 자비를 표방하는 이슬람의 정신조차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컴퓨터 프로그래머 정치원(31·서울 옥수동)씨는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국익은 없다.”면서 “정부에 적극적인 협상자세와 외교능력을 기대했지만 결국 실패한 정부의 대응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종교단체 등도 애도 성명을 통해 강력히 규탄했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라크 무장세력의 반인륜적 행동을 규탄하며 결코 그들의 목적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외대는 이날 서울 캠퍼스 미네르바광장과 용인 정보산업관 등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고인을 애도했다.근조리본을 가슴에 단 학생과 교직원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학교측은 아랍어과 교수들을 주축으로 조문단을 부산에 보내고 조의금을 전달하기로 했다.안병만 총장은 유족에게 보낸 조전에서 “김선일 동문이 당한 고통과 희생은 우리 모든 국민의 고통이며 슬픔이 아닐 수 없다.”면서 “김 동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위로했다.

다음,네이버 등의 추모 카페에는 새벽부터 1000건 이상의 글이 올랐다.아이디 ‘문경사랑’은 “울분과 눈물이 가슴 한 쪽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심정이며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명복을 빌었다.네이버 아이디 ‘데즈카팬’은 “납치된 김씨가 결국 피살될 때까지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안티 이라크’ 사이트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개설 5시간여 만에 22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다음의 ‘안티 이라크’ 등은 아랍권 사이트들에 대한 집단 해킹과 서버 공격에 들어가는 등 사이버전쟁을 선포했다.

일부 회원들은 ‘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식으로 국내 거주 이라크인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는 글을 올리는 등 우려를 낳고 있다.운영진은 특별공지를 통해 “아랍권 전 사이트에 태극기를 올리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불량 아랍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통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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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환 채수범기자 sunstory@seoul.co.kr˝
2004-06-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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