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행사 관람… 학생이 봉?

지자체 행사 관람… 학생이 봉?

입력 2009-06-26 00:00
수정 2009-06-2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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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도 전국 주요 지자체들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듯 앞다퉈 엑스포, 비엔날레, 축전 등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 유치 목표를 정해 ‘숫자 채우기’ 차원의 학생 동원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행사장이 결국 학생들의 ‘소풍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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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엑스포 4~5세 유아도 동원

25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0년 세계 디자인수도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잠실종합운동장 등에서 여는 서울디자인올림픽(10월9~29일)의 관람객 유치 목표를 지난해(200만명)보다 30% 이상 늘린 300만명으로 잡았다. 이중 초·중·고 관람객은 80만명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각각 30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시는 예상한다. 시는 300만명 관람 여부는 학생 유치에서 결정된다고 보고 일선 부서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도시축전(8월7일~10월25일)의 관람객 목표는 700만명으로, 이 가운데 20% 정도인 150만명가량이 초·중·고생이다. 인천지역에서 전체 학생(48만명)의 3분의2가량인 30만명을, 나머지 120만명은 ‘체험학습’의 형태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시는 학생 등 단체 관람객을 모집하는 여행사에 입장권 구매 금액의 최고 7%까지 인센티브로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두 행사의 학생 관람객 유치 목표를 합치면 180만명에 달한다. 지역 내 전체 학생(340여만명) 중 절반이 나서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벌써부터 학교 방침에 따라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 체험학습에 나서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년 선거 의식해 숫자 채우기 급급”

특히 경기 부천시가 ‘문화예술도시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시작한 ‘부천무형문화유산엑스포’는 학생 동원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엑스포 관람객(19만여명) 중 60% 이상이 시가 동원한 어린이집 원생과 초·중·고생인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지난해 엑스포 행사수익 분석 자료에 따르면 행사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총 5만 2088명) 가운데, 70%가 넘는 3만 6616명이 고등학생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형문화의 개념을 알고 찾아갔다고 보기 힘든 초등생 이하 어린이도 40%인 2만명이나 됐다.

김관수 부천시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관람객 숫자를 늘리려고 말도 다 못 깨친 4~5세 어린이집 원생들까지 ‘무형문화를 배우라.’며 행사장에 동원하는 구태가 올해 행사(9월18일~10월7일)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일선 학교가 지자체의 학생 동원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지역 교육청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수십억~수백억원을 지원받는 교육 현실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부천시는 지난해 엑스포 당시 학생 동원에 협조하지 않은 10여개 학교에 대해 ‘행사 불참석’을 이유로 교육경비 지원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성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지자체들의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의 유치 목표가 과장돼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민주주의 운영 원리가 지켜져야 할 교육 현장에서라도 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학생들이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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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이은주기자 superryu@seoul.co.kr
2009-06-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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