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고성으로 뒤덮인 국회…“그만하라” vs “방해말라”

몸싸움·고성으로 뒤덮인 국회…“그만하라” vs “방해말라”

신성은 기자
입력 2019-03-12 16:01
수정 2019-03-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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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文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30분간 ‘험악’…연설 중단

강하게 항의하는 홍영표
강하게 항의하는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2019.3.12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뒤덮였다.

나 원내대표가 거친 표현을 동원, 문재인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등 국정 전반을 비판한 데서 비롯됐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나 원내대표를 향한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먹튀·욜로·막장 정권”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연설은 30분가량 중단됐다가 이어가기를 반복했고, 본회의장 연설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아우성에 묻혔다.

연설이 3분여간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 하십시오”, “취소해, 사과해” 등 항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날 선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그만 하세요”(민주당 이철희 의원), “연설을 방해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한국당 정양석 의원) 등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언쟁도 벌어졌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국회의장석으로 뛰어가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 의장에게 “어디서 이따위 얘길 합니까”라고 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사과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라고 소리 지르듯 연설을 이어가자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철희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 속에서 “좀 조용히 해주십시오. 좀 들으세요. 민주당 의원님들 들어주십시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이런 의회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연설을 이어갔다.

나아가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이런 태도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만들고 있다”며 “여러분은 하고 싶은 말을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동안 소란이 계속되자 문 의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저지했다.

문 의장은 “조금만 냉정해지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를 다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게 아니라 품격과 격조 있게 해야 한다”고 장내 수습에 나섰다.

문 의장은 “저는 ‘청와대 스피커’란 소리를 듣고도 참았다. 그런데 오늘 비슷한 말이 또 나왔다”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문 의장은 자신의 발언 도중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박수를 보내자 “박수 칠 일이 아니다”라고 주의를 주면서 “영국 의회에서처럼 의장이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오더(order·‘질서를 지키세요’라는 명령)를 내리면 조용해지는 의회를 원한다. 민주주의가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되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 원내대표가 상당히 논란이 되는 발언을 했다. 정치적 평가는 여러분 마음대로 하시라”며 “의원들은 조용히 하시고 나 원내대표는 이제 발언을 마무리 지어달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일부 말씀은 감사드리지만, 일부 말씀은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님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비꼬면서 연설을 재개했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민주당 의석에선 “내용이나 알고 있는 겁니까”(표창원 의원),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다 알고 있다”(한정애 의원) 등 비난이 쏟아졌고,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다.

원색적인 언사와 항의, 고성, 몸싸움으로 얼룩진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전날 열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43분)보다 13분 더 긴 56분 만에야 마무리됐다.

문 의장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고 입을 뗐다가 3∼4초간 침묵한 뒤 ‘수고했다’ 등 의례적인 인사 없이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산회를 선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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